프랑스 잠재적 안보위험 2만명…마크롱 "자유의 적에게 1인치도 안 내준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흉기 테러를 벌이다가 사살된 20세 남성은 급진적인 이슬람 성향 우려 때문에 경찰의 요주의 관찰 대상에 올라있던 인물로 드러났다.
프랑스에서는 정치·사회적이든 종교적이든 극단주의 성향을 가진 것으로 분류돼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사람이 2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저녁 파리에서 흉기를 휘둘러 행인 1명을 죽이고 4명을 다치게 한 함잣 아지모프는 범죄 경력이 전혀 없으며 경찰과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소 생활이나 소셜미디어 활동에서도 극단주의 징후가 없던 그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활동무대인 시리아행을 원하는 젊은이들과 접촉하면서 프랑스 보안당국의 주목을 받게 됐다.
아지모프는 1년 전 대테러 관리들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의 친구 부인이 시리아로 간 사실이 드러난 이후다.
아지모프는 잠재적 안보 위험인물로 간주되는 '피시(Fiche)-S' 명단에 2016년부터 올라있었다고 대테러 관리들은 전했다. 다만 그는 부차적 인물인 '추종자' 급으로 분류됐다.
일간 르피가로는 아지모프가 자신의 의견이나 행동보다는 친구들 때문에 이슬람 극단주의에 쉽게 빠지기 쉬운 인물로 리스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1997년 러시아 남부 체첸자치공화국에 태어난 아지모프는 그의 어머니가 프랑스로 귀화한 2010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앞서 아지모프 가족들은 2000년대 초반 프랑스로 넘어왔다. 처음에 난민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인권법원에 항소, 2004년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경찰은 파리 북부 18구에 사는 아지모프의 부모와 친구 1명을 구금하고 이번 사건의 조력자나 공모자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피시-S 명단에는 급진적 이슬람교도에서 훌리건(난동을 부리는 광적인 축구팬), 극우·극좌주의자까지 최대 2만 명이 올라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외국인 전투원 가운데 유럽 출신으로 프랑스인이 가장 많고 이 중 일부는 IS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IS 동조자들이 200명 이상을 살해했다. 2015년 축구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와 바타클랑 극장 등 시내 6곳을 동시다발로 테러해 시민 130명의 목숨을 앗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테러사건 직후 "프랑스는 또다시 핏값을 치르고 있지만 자유의 적들에게 1인치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은 사회 불안 세력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은 "아지모프가 14살까지만 러시아 여권을 갖고 있었다"며 아지모프의 테러 행위를 프랑스의 책임으로 돌려 논란이 예상된다.
카디로프 수장은 "아지모프는 체첸에서 태어났을 뿐 그의 성장, 성격·시각·신념 형성은 프랑스 사회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많은 체첸인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전투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체첸이 극단주의자 배출지라는 부정적 시각이 파리 테러사건으로 다시 불거지자 이를 일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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