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선수 선발 논란 안고 가야 할 부분…국내 평가전서 새 선수들 평가"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18 러시아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 28명의 '예비 국가대표'를 선택한 신태용 축구 대표팀 감독은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등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선수 발탁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신 감독은 14일 서울시청에서 대표 선수 28명을 발표하며 최근 소속 팀에서 경기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하는 이청용을 선발한 것과 관련해 "두 번의 월드컵 경험이 있고 개인 기술은 타고났다. 메리트가 있는 선수"라며 "그런 걸 놓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앙수비진에 포함된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등에 대해선 "발탁 이후 논란을 예상했다. 저와 선수들이 안고 가야 할 부분"이라면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코치진도 헤쳐나가게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신 감독과의 문답.
-- 문선민이 최근 K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여줬지만, 그간 중용한 적은 없는데, 컨디션 외에 어떤 부분 봤나.
▲ 스웨덴에서 5∼6년 고생하며 스웨덴 선수들을 상대로 정형화된 선수라고 판단했다. 스피드가 좋고 순간 돌파나 저돌적인 면 등 우리가 원하는 과감한 공격할 수 있는 플레이가 저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 이청용은 애초 가능성을 50대50이라고 밝혔는데, 발탁한 결정적 계기는.
▲ 28명 중 누가 월드컵을 가는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6월 3일까지는 이청용도 100% 보장할 수 없다. 경기감각을 끌어 올리면서 팀 분위기와 조직력을 어떻게 같이 만드는지 봐야 한다.
-- 최철순이나 이창민은 빼면서 고민 많았을 것 같다.
▲ 이번 월드컵 가기 전까지 50명의 선수가 대표팀에서 예선 10차전까지 출전했더라. 힘든 여정에서 같이 고생해서 월드컵 진출했다. 모두가 함께 가면 제 마음도 아프지 않고 편하겠지만, 반 이상 탈락하면서 미안한 마음 크다.
저도 1994, 1998, 2002년 월드컵에서 본선 가지 못해 마음속엔 '충분히 갈 수 있는데, 왜 못 가나'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 기분 이해 한다. 월드컵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것 알고 있다.
이창민의 경우 부상이 와서 경기 출전을 하지 못했고, 유럽 선수들과 상대했을 때 해줄 수 있는 부분을 고려했다.
최철순은 우리나라 수비 중 최고 파이터로 평가할 수 있지만, 상대의 신체 조건이라거나 공격 가담 시 마무리 패스 이런 데선 좀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다.
-- 중앙수비진 변화가 크다. 평가 잘했겠지만,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어떻게 이겨낼지.
▲ 이 선수들 발탁하며 논란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고 선수들이 안고 가야 할 부분이다. 그걸 잠재우려면 저와 코치진, 선수 본인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행히도 김영권, 권경원은 팀에서 경기에 출전하며 감각 끌어올렸다. 이 선수들이 와서 지금까지 보다도 훨씬 잘해줘야 한다. 스스로 논란 잠재워줬으면 한다. 코치진도 헤쳐나가게 도와줄 것이다.
-- 마지막에 5명 쳐내야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선수들 스트레스 클 거다. 이청용에게 이와 관련해 별도로 얘기한 것이 있는지.
▲ 별도로 그런 언질을 주진 않았다.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 때 만나서 많은 대화 했고, 월드컵에 대한 끈은 놓지 말고 준비하라고 했다. 소속팀 감독과도 통화하며 정보 공유하고, 경기 뛸 수 있게끔 부탁도 했다. 크리스털 팰리스 감독은 상황이 좋지 않아 경기는 많이 못 나갈 거라며 미안하다고 했지만, 몸 상태는 좋으니 대표팀 발탁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조언했다. 그런데도 감독 입장에선 뽑는 게 쉬운 부분이 아니었다.
-- 논란을 감수하고 이청용을 뽑을 수밖에 없었던 메리트는 뭔가.
▲ 2010, 2014년 월드컵 경험이 있다. 그리고 저의 포메이션에서 필요한 선수다. 그래서 끈 놓지 않았다.
-- 그래도 경기 못 뛰는 선수에게 형평성 논란이 있을 거다.
▲ 다른 팀에 있었으면 경기 뛰었을지 모른다. 팀 내에서 현재 포지션 겹치다 보니 기회를 많이 못 얻었다. 메리트 있는 선수다. 두 번의 월드컵 경험과 나름의 개인 기술을 타고났다. 그런 걸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전술에서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어서 지켜보자고 생각했다.
-- 오반석을 선택한 배경은.
▲ 김민재의 부상이 아니었으면 쉽지 않았을 거다. 터프한 맨투맨 수비는 좋은 데 비해 빌드업이 좀 약해 여태 뽑지 않았는데, 우리가 이기기 위해선 빌드업보다 선 실점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뽑았다.
-- 국내 두 차례 평가전에서 테스트 많이 할 텐데, 어디에 주목적 둘 건가.
▲ 유럽파들은 다음 주까지도 경기가 이어진다. 1년간 힘든 여정 달려왔으니 피로 풀어주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 국내 두 경기는 새로운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조합 맞춰서 평가하는 식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23인 발탁 이후엔 조직력과 베스트 11 형성에 초점 맞출 것이다.
-- 공격수가 4명뿐이라 조커 카드가 노출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많은 옵션을 갖고 갈 만큼 선수층 두껍지 않다. 포메이션을 여러 가지 변화무쌍하게 가져가기도 어렵다고 판단한다. 지금 있는 선수들로 전술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포메이션을 두세 가지로 함축해 조직적 완성도 높이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
-- 수비에서 많은 선수를 추려야 한다. 그동안 흔들린 수비라인이 남은 기간에도 실험이 불가피해졌는데.
▲ 수비는 조직력이 생명이다. 김민재가 부상으로 제외됐고, 김진수도 지켜봐야 해서 고민이 많다. 센터백을 많이 뽑은 것도 3백, 4백 같이 들고가기 위해서다. 이 선수들이 경쟁하면서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면 좋겠다는 구상이다.
-- 김진수는 오스트리아로 가기 전까지 회복 가능하다고 보나. 김진수 포함해 왼쪽 풀백 자원들 장단점과 활용법은.
▲ 김진수는 가기 쉽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대표팀 의료진이 직접 재활프로그램 돌리고 있다. 선수들 개개인 장단점은 분명히 있지만, 포메이션에 따라 활용법 달라지기 때문에 누가 갈지, 장단점이 뭔지 일일이 열거하는 건 곤란하다.
-- 주세종 발탁 요인은. 중앙 미드필더 4명만 뽑았는데, 기성용 파트너는 앞으로도 계속 실험할 계획인지.
▲ 주세종은 경찰청 입단 이후 군사 훈련 등으로 몸이 많이 다운됐다가 올라왔다.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체크해보고 싶었다.
왜 '기성용의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성용이 팀의 중심이지만 다른 선수도 다 대표 선수다. 그날 컨디션 따라 좋은 선수가 뛴다. 기성용의 파트너가 아닌 베스트 11을 고민하고 있다. 23인의 전사에게 '누구의 파트너' 이렇게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태극전사들을 동등하게 대우해달라.
-- 권창훈이 프랑스에서 투톱으로 나와서 뛰고 있는데, 다재다능한 면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 포메이션은 4-4-2가 아닌 형태로 바뀔 수 있다. 권창훈이 미드필더로 들어올 수도 있다. 스트라이커로 나와서 골 넣고 하는 건 좋지만, 우리 팀의 어떤 포메이션에서 더 잘하고 도움이 될지 돌려보려고 한다. 스트라이커, 측면, 볼란치 등 다 할 수 있어서 고려하고 있다.
-- 뽑으면서 이견 같은 건 없었나.
▲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선수들 최대한 보자는 의견이 있어서 23명에 추가로 더 뽑게 됐다. 모든 코치진이 의견 공유해 스케줄과 프로그램 만든다. 저 혼자 독단적으로 모든 것 하지 않는다. 노하우 있는 스페인 코치들의 조언도 듣는다. 시간이 없지만 어떻게 휴식과 훈련 병행할지 등 공유하며 잘 준비하고 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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