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맹활약·스웨덴 경험' 문선민·'터프한 수비수' 오반석, 28인에 들어 눈길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이 고심 끝에 고른 28명의 '예비 태극전사'를 발표한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선 여러 번 놀라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중 가장 반응이 격했던 지점은 미드필더 부문에 이승우(20·엘라스 베로나)와 더불어 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의 이름이 연이어 불렸을 때다.
앞서 수비수 부문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의 오반석(30)이 호명됐을 때도 뜻밖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올해 스무 살인 이승우는 말할 것도 없고, 문선민과 오반석은 프로 경력은 꽤 되지만 아직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어본 적조차 없는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월드컵 예선이나 평가전도 아닌 월드컵 최종 명단보다 불과 다섯 명 많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문선민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6골을 터뜨리며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뽐냈지만, 대표 경력은 17세 이하(U-17) 팀 3경기가 전부다.
신태용 감독은 16강 진출을 위해 꼭 잡아야 하는 스웨덴을 겨냥한 '비밀 병기'로 문선민을 택했다. 2012년 스웨덴 외스테르순드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16년까지 스웨덴에서 지낸 흔치 않은 경력 덕택이다.
전날 상주 상무와의 경기까지 지켜보며 고심했다고 밝힌 신 감독은 "스웨덴 선수들을 상대하기에 정형화된 선수라고 판단했다"면서 "스피드가 좋고 순간 돌파, 저돌적인 면, 우리가 원하는 과감한 공격을 할 수 있는 플레이 등이 저를 흡족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제주 주장인 오반석은 한국 중앙 수비의 미래로 평가받아온 김민재(22·전북 현대)의 부상으로 반사 이익을 얻은 케이스다.
애초 김민재는 신 감독 체제에서 중용되며 '최종 명단 발탁 0순위'로 꼽혔다.
무릎 통증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하고 회복에 힘쓰고 있던 지난해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때 신 감독이 "월드컵에 갈 수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라며 팀 적응을 위해 일본에 데려갔을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이달 초 리그 경기 중 오른쪽 비골(종아리뼈) 골절이라는 부상이 덮쳤고, 상태가 좋지 않은 거로 알려지면서 신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여러 대체자 후보 중 신 감독의 눈을 붙든 건 오반석의 터프한 일대일 수비다.
신태용 감독은 "오반석이 신체 조건이 좋으면서 터프하게 맨투맨 수비를 잘한다"고 평가했다. "빌드업이 좀 약해서 지금까진 뽑지 않았는데, 우리가 이기려면 빌드업보단 먼저 실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제주에서 스리백, 포백을 두루 경험하며 전술 적응력이 높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 감독은 부상 선수 속출 등을 계기로 기존에 주로 내세우던 4-4-2 외에 다른 포메이션 활용도 고심 중이다. 수비진과 팀을 아우르며 전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 오반석의 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이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해서 100% 러시아행이 보장된 건 아니다.
21일부터 이어질 치열한 경쟁을 뚫고 23명 최종 명단에 들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두 번의 평가전을 포함해 열흘 남짓이다.
신 감독은 "짧은 시간이지만 이 선수들도 어느 정도 해주느냐에 따라 월드컵에 갈 수 있다"면서 "남은 시간 수비 라인과 새로운 선수들의 조합을 잘 맞출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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