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록스, 아이컨에 굴복해 日후지필름 합병 백지화

입력 2018-05-14 15:58   수정 2018-05-14 19:44

美제록스, 아이컨에 굴복해 日후지필름 합병 백지화

제록스, 공개입찰 방식의 매각 추진할 듯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제록스가 일본 후지필름과의 합병계획을 포기하고 이에 줄곧 반대했던 행동주의 투자자들과의 분규를 마무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록스 이사회는 13일(현지시간) "후지제록스의 회계 스캔들은 물론 법원의 명령, 주주들의 지지 결여 등을 고려한다면 현 상황에서 거래가 적절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보도자료에서 특히 후지필름 측이 감사를 거친 후지제록스의 재무상태를 4월 15일로 정한 기한까지 제출하지 못한 것을 해약 사유로 내세웠다.
제록스는 지난 1월 후지필름과의 합작사인 후지제록스와 사업을 통합한 뒤 통합 기업의 지분 50.1%를 후지필름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아이컨 측은 회사 가치를 저평가했다는 이유로 곧바로 합병에 반대하는 소송을 냈고, 미국 법원으로부터 절차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라는 명령을 얻어냈다.
후지제록스는 지난해 뉴질랜드와 호주의 자회사에서 부적절한 회계 관행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물의를 빚었다.
이로 인해 후지필름과 제록스 양사는 실적을 수정해야 했고 후지제록스의 이사진들이 대거 물갈이됐다.
제록스 이사회는 회사의 가치를 저평가했다는 이유로 합병에 반대한 2대 주주 아이칸과 3대 주주 다윈 디슨의 요구를 받아들여 최고경영자를 경질하고 이사진도 대폭 개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록스는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아이칸 및 디슨과의 표 대결은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칸과 디슨이 보유한 지분은 도합 15%에 이른다.
제록스 이사회는 합병을 추진한 제프 제이컵슨 CEO를 물러나도록 했으며 IBM과 휼렛 패커드의 중역을 지낸 존 비센틴이 새로운 CEO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아이칸 엔터프라이즈의 출신의 케이스 코자를 포함한 새로운 이사 5명을 지명했으며 코자가 의장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록스 이사회가 사실상 아이칸에 굴복하고 그에게 회사 경영 방향에 관한 더 큰 영향력을 부여한 셈이다.
아이칸은 이번 결정에 대해 "대단히 기쁘다"고 밝히면서 "오늘은 제록스의 새로운 출발을 가리키는 날"이라고 논평했다.
제록스는 후지필름과의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공개입찰 방식의 매각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제록스는 새로 구성된 이사회가 "주주들의 가치를 극대화기 위해 모든 전략적 대안을 평가하는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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