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어 다음·네이트서도 댓글작업 정황…매크로 조작여부 수사
경찰, 압수수색 통해 자료보존 조치…댓글 삭제 등 증거인멸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 일당의 포털 댓글 여론조작을 수사하는 경찰이 네이버에 이어 다음과 네이트로까지 수사망을 넓혀 국내 포털 3사의 뉴스 댓글조작 규모가 어느 정도 드러날지 주목된다.
1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에 집중했던 경찰은 지난주 중반 다음과 네이트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뉴스 댓글과 공감·비공감 등 추천 관련 기록에 대한 자료 보존에 나섰다.
이는 드루킹 일당이 19대 대선 7개월 전인 2016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댓글 작업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사 9만여건에 네이버는 물론 다음과 네이트 기사도 일부 포함된 정황이 드러난 데 따른 대응 조처다.
애초 드루킹 사건의 출발은 네이버였다. 지난 1월 19일 댓글조작을 의심한 네이버가 먼저 경찰에 수사의뢰했고, 이어 같은 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 의심 사례를 수집해 경찰에 고발장을 내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이후 수사에서 이들이 1월 17∼18일 네이버 기사 1건의 댓글 2개에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사용해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다. 드루킹 일당은 일단 이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여죄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들이 해당 기사 댓글 총 50개를 매크로로 조작했고, 이를 포함해 1월 17∼18일 기사 676건의 댓글 2만여개에 매크로를 사용해 추천 수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수사 초점은 네이버였다.
그러던 중 경찰이 지난 2일 드루킹 측근 김모씨(필명 '초뽀')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이동식 저장장치(USB)에서 댓글 작업 의심 기사 9만여건이 발견됐다. 경찰은 여기에 다음과 네이트 기사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드루킹 일당이 네이버뿐 아니라 다른 포털에서도 매크로를 이용해 댓글을 조작했으리라는 의심은 줄곧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다음과 네이트에서까지 댓글 작업 정황이 나와 이들 포털에서도 매크로 댓글 순위조작이 이뤄졌는지 확인이 불가피해졌다.
경찰은 초뽀의 USB에서 발견한 기사 9만여건 중 네이버 기사 7만1천여건에 관한 보존을 마치고 본격 분석에 착수할 방침이다. 나머지 1만9천여건에 대해서는 보존 절차를 밟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과 네이트의 기사 분량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도 "(게시자들이) 댓글을 삭제할 우려가 있어 보존 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댓글 작성이나 공감 클릭 등 자료를 확보하는 압수수색은 해당 포털 서버에서 자료를 찾아 내려받아 백업하는 등 과정을 거쳐야 해 일반적인 대물 압수수색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료 확보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댓글조작에 관여한 드루킹의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중 아직 수사망에 오르지 않았거나 구속 상태가 아닌 이들이 댓글 삭제 등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증거가 사라지기 전 얼마나 신속하게 자료를 보존할 수 있는지가 수사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경찰은 이른 시일 내에 보존이 완료되도록 포털 측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수사 범위 확대와 별개로 수사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드루킹 김씨를 구속하기는 했으나 그와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에 대해 별다른 기초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참고인으로 소환했다가 '해명만 들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한 차례 기각된 김 의원의 통신·계좌 압수수색영장을 다시 신청할지도 결정하지 못해 김 의원 의혹에 대한 수사 의지와 방향성을 놓고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좀처럼 가시적인 수사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수사 대상과 외연만 넓히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절차와 단계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며 "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하게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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