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직자 '핵합의 사과' 공세에 이란 대통령 반박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보수세력이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뒤 핵협상을 추진, 성사한 현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에 맞서 반박하면서 미국의 탈퇴로 이란 내에서 보수세력과 중도·개혁파가 지지하는 정부의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이란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13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로하니 대통령이 핵합의에 서명해 국익을 해쳤다면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이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직접 선거로 선출된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되며, 최고지도자 임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헌법기관이다. 위원 대다수가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이며 위원장 역시 강경한 보수 성직자인 아야톨라 아흐마드 잔나티가 맡고 있다.
이란 보수세력의 핵심인 혁명수비대의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도 "이란의 저항을 무력화하려는 미국의 무책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내부 역량보다 외부의 힘(서방)에 더 의존한 게 아니냐"라면서 비판했다.
이어 "긴 협상 끝에 맺은 핵합의로 제재가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제도화됐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14일 "불행히도 과거의 실책을 반성해야 하는 이들이 오히려 끊임없이 국가적 성취(핵합의)를 공격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선출한 이란 정부는 애초부터 국제사회와 건설적으로 교류하며 국민의 요구를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 나라를 야만적인 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위험한 결의안에서 자유롭게 하는 일을 쉬지 않았다"면서 "우리 핵협상팀은 국익을 극대화하고 양보를 최소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다했다"고 항변했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그러나 핵합의를 '맞파기'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 기관은 성명에서 "적들(서방)이 시간을 낭비하지 못하도록 (유럽이) 핵합의 준수와 이란의 국익에 대해 확실하고 진정성 있는 보증을 최대한 빨리 받은 뒤에야 이란이 핵합의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럽이 이란의 국익을 보증한다는 것은 미국이 제재를 8월 6일 부활해도 원유를 비롯한 이란과 거래, 이란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문서 수준의 확약을 뜻한다.
또 "핵합의의 유럽 측(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란의 국익을 해한 어두운 역사가 있다"면서 "핵합의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외견상 불화는 사실상 업무를 분장한 것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들 유럽 3개국이 지금은 핵합의를 지키겠다고는 하지만 결국 미국의 편에 선다는 것이다.
핵협상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시로 시작돼 성사된 만큼 보수세력이 비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들은 핵합의 자체를 부정하는 대신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권위까지는 침범하지 않으면서 로하니 대통령이 협상 실무에서 지나치게 서방을 믿어 실책했다는 쪽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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