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제외 첫 사례…업계 "그림이 일반담배보다 더 혐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보건복지부가 14일 기존 담배 외에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혐오성 경고그림을 적용하자, 담배업계가 당혹스러운 분위기이다.
지난해 국내 첫 출시 이후 시장 판도를 뒤흔들던 전자담배의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이지만 규제 당국의 거센 드라이브에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KT&G, 한국필립모리스, JTI코리아, BAT코리아 등 4개 담배 제조업체 모임인 한국담배협회는 이날 보건복지부의 결정에 대해 "비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한 비합리적인 정책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전자담배 경고그림 강화와 관련, "과학적 근거와 상관없이 암세포 사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가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서 기존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적다고 주장해왔던 만큼 기존 담배와 같은 식의 경고그림 부착이 더욱 '뼈아플'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고그림이 기존 담배 경고그림보다 더욱 혐오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담배는 경고그림 10종 중 덜 혐오스러운 그림도 있는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가장 혐오스러운 그림 1종뿐"이라며 "규제가 형평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담배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아이코스'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1위인 한국필립모리스측은 "이번 조치가 실제로 적용되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기존 담배를 계속 피게 된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국내 논란과 별개로 이번 조치는 전 세계 담배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궐련형 전자담배 세계 1위인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판매 중인 세계 37개국 중 궐련형 전자담배에 암세포 등 혐오성 경고그림을 적용한 것은 콜롬비아 1개 나라뿐이다.
세계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국가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첫 사례가 되는 것이다.
담배협회도 "유해성 논란이 진행 중이므로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미국 FDA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미 일반 담배를 통해 혐오성 경고그림에 익숙해진 흡연자들이 전자담배에 경고그림이 적용된다고 해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보건당국은 경고그림이 흡연율 저하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지만, 업계에서는 흡연율과 경고그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등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무리하게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에 나선 것 아니냐"면서도 "실제 규제의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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