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비핵화' 실현돼야 北에 경제부흥구상 현실화 가능성
폼페이오 발언,美정부 직접지원 언급아냐…'착시효과'일수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경제부흥 구상이 화두로 떠올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잇단 관련 발언이 시작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함으로써 기대감이 부풀었다.
이어 13일에도 "북한은 농업 장비와 기술, 에너지가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인데 김 위원장은 미국으로부터 우리의 기업인과 모험가, 자본 공급자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이들과 이들이 가져올 자본을 (핵 포기 대가로) 얻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남한과 견줄 만한 북한 주민의 진정한 경제 번영을 위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 걸 계기로, 일각에서는 '북한판 마셜 플랜'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발언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고, 미 행정부는 북한이 내달 12일 정상회담에서 진정성 있는 조치를 내놓길 기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은 '기대난'에 가깝다.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뜯어보면 미 정부 차원의 지원 의사 표명이 아닌데도 마치 직접 지원에 나설 것처럼 '착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대북 전문가들은 이른바 '폼페이오 빅딜 구상'이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우선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북한을 옥죄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가 해제 또는 완화되어야 자금이든 기술이든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을 지속해온 탓에 안보리 대북 제재안이 여러차례 발효돼 북한을 여러 겹으로 옥죄어왔다.
물론 이런 안보리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해제하는 데는 미국이 '키'를 쥐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4일 "미국의 경우 국제 투자자들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선언만 해도 북한 경제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북 제재 완화 및 해제조치가 현실화하면 유무상 대북 지원을 통한 북한 인프라 구축과 북한 당국의 전면적 관여와 함께 민간 참여가 더해진 개성공단식 프로젝트가 가능할 전망이다.
장형수 한양대 교수는 "북한과 같은 최빈국의 경우 초기단계의 유무상 지원 없이 민간 자본이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일단 국제통화기금(IMF)에 북한을 가입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어 IMF, 세계은행, 미국·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이 북한을 지원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국제 금융기구들이 1차로 무상 원조를 한 뒤 한미일 등 관련국들이 '공적 협조융자'에 나설 수 있으며, 그걸 통해 북한 내에서 공단 건설 또는 철도, 도로, 상수도, 전력망 등 인프라 건설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대북제재 해제후 핵폐기에 대한 대가 차원에서 지원성 경제협력이 미국 주도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을 중심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한미일 등이 참여한 대북 경수로 제공 사업자)와 유사한 형태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북한과 일본 간에 국교정상화가 이뤄진다면 100억 달러(약 1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식민지 청산 자금이 북한 경제 부흥에 상당한 종잣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고서야 순수 민간 비즈니스의 대북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각국 기업들의 본격적인 대북 진출 또는 투자가 이뤄지려면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획기적 진전 속에 제재 해제와 인프라 및 제도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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