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꽃'서 카리스마 대결 이어 '기름진 멜로'서 코믹 조합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재벌가 대궐 한옥에서 망하기 일보 직전 동네 중국집으로 옮겨왔지만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도 두 사람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MBC TV 주말극 '돈꽃'에 이어 SBS TV 월화극 '기름진 멜로'로 다시 만난 배우 장혁(42)과 이미숙(58) 이야기다.
'돈꽃'에서 장혁과 이미숙은 철두철미한 복수를 꿈꾸는 강필주와 청아가(家)의 우아한 안주인 정말란으로 각각 변신해 극강의 카리스마 대결을 펼쳤다.
어머니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청아그룹 손자임을 숨기고 오랜 기간 말란 옆에서 충성하며 신임을 얻은 필주는 결국 절정의 순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말란의 뒤통수를 쳤다.
필주의 계략에 의해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였을 때는 시청자들이 '남녀관계'가 아닌지 의심했을 정도로 두 배우는 농밀한 눈빛과 호흡을 보여줬다. 이후 필주가 본심을 드러내면서부터는 치려는 쪽과 막으려는 쪽이 맞붙으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연출했다. 긴 대사 없이 눈만 마주쳐도 화면을 꽉 채우는 두 사람은 '돈꽃'의 백미이자, 20%를 훌쩍 넘긴 시청률의 1등 공신이었다.
서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한동안 마주치기 어려울 것 같았던 두 사람은 예상을 엎고 '기름진 멜로'에서 바로 재회했다.
장혁은 쓰러져가는 중국집을 인수한 '조폭 사장' 두칠성으로 변신, 한층 힘을 뺀 코믹 연기를 소화해 호평받는다. 덕분에 그는 서풍 역의 준호와 단새우 역의 정려원 등 후배들에게 분량을 크게 양보하고서도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이미숙은 빈틈 많고 여린 재벌가 사모님 진정혜와 미스터리 노인, 1인 2역에 도전했다. 특히 미스터리 노인일 때는 칠성의 중국집에 다짜고짜 찾아와 데시벨 높은 사투리를 퍼붓고, 짜장면이 담긴 그릇에 칠성의 얼굴을 내리꽂는 등 거침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돈꽃' 속 강렬한 모습들이 잠시 잊힌 순간이었다.
두 사람이 연이어 같은 작품에 출연한 것은 의도한 바는 아니라고 한다.
두 배우는 싸이더스HQ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이이기도 한데, 소속사 역시 "우연히 또 함께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의 특별한 연을 강조했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게 소속사 설명이다.
싸이더스HQ 관계자는 16일 "두 배우는 연기를 준비하는 스타일부터 많이 닮았다"며 "두 사람 모두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캐릭터 분석에 굉장히 몰두하고 대본도 끊임없이 보는 편이다. 음성과 의상까지 미리 다 확인한다. 이미숙 씨는 장혁 씨를 보고 "날 닮았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속사 내에서 두 사람 별명은 각각 '남자 이미숙', '여자 장혁'이라고 한다.
두 사람의 변신 감행에도 '돈꽃'과 비교하면 '기름진 멜로' 시청률 성적은 5%대로 좋지 않다.
'파스타'(2010), '질투의 화신'(2016)의 서숙향 작가 신작이자 한창 연기에 물이 오른 준호와 정려원, 그리고 무게감 있는 장혁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산만한 전개와 연출이 발목을 잡는다. 코믹과 로맨스도 소스와 면이 따로 노는 짜장면처럼 제대로 조리되지 못한 느낌이다.
그러나 장혁과 이미숙의 색다른 조합을 비롯해 혈기 넘치는 젊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에 '좀 더 지켜보자'는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정혜가 새우의 엄마일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추측이 맞을지, 맞다면 칠성과 새우의 로맨스 구도에 정혜가 어떻게 반응할지, 칠성도 꼼짝 못 하는 미스터리 노인의 정체는 무엇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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