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이식 통해 "기억이식한 것과 같은" 반응 얻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과학자들이 바다달팽이의 기억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학계에 보고했다.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던 '기억이식'이 연체동물이기는 하나 과학적 팩트가 된 것이다.
15일 BBC 방송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대학(UCLA) 통합생물학 교수인 데이비드 글랜즈먼 연구팀은 바다달팽이 일종인 '군소'(Aplysia californica)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기억을 이식한 것과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고 과학저널 'e뉴로'에 밝혔다.
연구팀은 우선 군소의 꼬리에 가벼운 전기자극을 줘 방어적 위축 반응이 지속하는 시간을 측정했다. 전기자극을 받은 군소는 약 50초 가량 위축 반응을 보인 반면 전기자극 없이 꼬리만 살짝 건드린 군소는 1초만 위축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은 자극에 "민감화(sensitised)"된 군소에서 유기체 내에서 단백질 합성 등 여러가지 필수적 역할을 하는 고분자화합물인 리보핵산(RNA)을 추출해 다른 군소에 주입했다. 그 결과 민감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군소의 방어적 위축 반응이 40초 가량 이어졌다.
세균배양에 이용되는 페트리 접시에서 연구해온 감각신경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기억은 뇌의 각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수천개의 시냅스(신경접합부)에 저장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글랜즈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기억이 신경세포의 핵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RNA가 기억에 관여하고 있다는 수십년전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글랜즈먼 연구팀은 해양달팽이 군소와 인간의 중앙 신경시스템 신경세포는 각각 2만개와 1천억개로 차이가 있지만 세포 및 분자 처리 과정은 서로 유사하다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알츠하이머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뇌 질환의 병세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랜즈먼 교수는 기억 저장에 관한 이해를 넓힌 것이 기억에 관해 모르던 사실을 밝혀내는 더 큰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가 인간의 기억이식으로 이어질 것이냐는 물음에는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고 한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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