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행위 속출…1천명 당선 무효 가능성, 국회의원 100명 조사 받아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14일 실시된 기초자치단체(바랑가이) 선거에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가 15일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애초 고향인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투표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결국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왕의 지원을 받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바랑가이 선거를 2020년까지 연기하자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실제 2016년으로 예정됐던 바랑가이 선거가 2년 연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15일 투표 불참 이유에 대해 "(내가 투표하기로 한) 바랑가이에 출마한 후보들이 내 친구들"이라며 "그들이 의심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거의 모든 후보가 지난 선거(대선)때 나의 지지자들이었다"면서 "그들은 내가 자기에게 투표했다고 해도, 안 했다고 해도 절대 믿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바랑가이 선거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33명이 총격으로 살해되고 26명이 부상하는 등 '살벌하게' 진행됐다.
또 매표행위 등 부정선거가 횡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틴 디노 내무부 차관은 전날 "바랑가이 대표로 선출된 1천 명가량이 매표를 포함한 불법행위로 대표직을 상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디노 차관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호적인 인물을 바랑가이 대표로 앉히려고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을 받는 국회의원 100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부언했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