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피터슨·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 유가족, 광주 찾아 목격담 증언
"5·18은 명백한 민주화운동"…헬기 사격 목격한 상황도 설명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5·18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5·18 민주화운동 진실을 세계에 알린 미국인 목사 아놀드 피터슨의 아내 바바라 피터슨은 15일 광주를 찾아 1980년 5월 직접 목격한 광주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바바라는 "5·18은 전적으로 민주화운동이다"며 "광주항쟁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고(故) 피터슨 목사는 가족과 함께 1973년 한국에 선교사로 파송돼 1980년 5월 항쟁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역사학 교수이기도 했던 피터슨 목사는 학자의 시각으로 5·18을 기록해 학살 현장과 헬기 사격을 증언했다.
바바라는 "남편과 함께 헬기 기총사격을 집 2층 발코니에서 선명하게 목격했다"며 "아이들을 지하실로 숨겼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지난해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사격을 증언한 피터슨 목사를 '사탄'이라고 지칭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남겼다.
그는 "제 남편은 제가 전두환보다 잘 안다. 남편은 시와 광주와 사람을 사랑했고 사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5·18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院牧)으로 재직하며 항쟁 참상을 사진으로 찍어 외신기자, 외국인 선교사 등에게 전한 찰스 베츠 헌틀리(한국명 허철선) 목사의 유가족도 동행했다.
헌틀리 목사의 아내 마사 헌틀리는 최규하 당시 대통령이 광주 상황을 파악하고자 양림동 선교사 사택으로 친척을 보낸 일화를 소개했다.
마사는 "청와대에서 걸려온 전화를 남편이 받았는데 '최규하 대통령이 광주에서 간호대학을 마친 친척을 우리 집으로 보낸다'는 연락이었다"며 "'미스 김'이라는 가명을 썼던 '미세스 최'를 기독병원으로 데려가 직접 참상을 보게 했다"고 밝혔다.
당시 기독병원 상황에 대해서는 "헌혈하러 찾아오는 시민에게 너무 많은 피를 나눠줘서는 안 된다며 말려야 할 지경이었다"고 증언했다.
두 미국인 목사의 유가족은 오는 19일 귀국하기 직전까지 광주에 머물며 5·18 38주년 기념식과 여러 추모행사에 참석한다.
17일에는 '광주에 가고 싶다'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지난해 타계한 헌틀리 목사 유골 일부를 광주 양림선교동산묘원에 안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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