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유혈 진압은 비판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데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명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두루뭉술' 넘겼다.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강제 병합했고, 이슬람의 성지이기도 한 예루살렘을 미국이 이민족 이교도인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인했음에도 이슬람권의 지도국으로서 이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이다.
미국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자 사우디 정부나 국영 언론은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군의 유혈 진압만을 사우디 외무부가 규탄했다고만 보도했다.
그마저도 사우디 외무부가 공식적으로 낸 성명이 아니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외무부 소식통이 '가자지구 유혈 진압을 사우디 정부가 강력히 규탄하고 비난했다'고 전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영 언론은 종종 공식 성명을 내긴 어려운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 또는 비중이 큰 사안은 아니지만 묵과할 수는 없는 경우에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하는 형태로 사우디 정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SPA통신은 이어 "이 외무부 소식통은 '사우디가 팔레스타인의 주장을 변함없이 지지하며 여러 국제적 결의안과 아랍평화계획(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2국가 해법)에 따라 팔레스타인의 합법적 권리가 복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확장을 막기 위해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자 마자 미국과 밀착했고, 이스라엘과도 관계를 개선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정부의 이날 태도는 지난달 사우디의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이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지난달 15일 자국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를 '예루살렘 정상회의'라고 이름 붙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선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당시 살만 국왕은 개막 연설에서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다는 미국 정부의 결정을 규탄한다"면서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수도"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슬람권 57개국이 모인 이슬람협력기구(OIC)는 14일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백악관의 통탄할만한 행위를 단호히 거부하며 규탄한다"면서 "이는 불법적 결정으로 팔레스타인 국민의 역사적, 법적, 당위적 권리에 대한 공격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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