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전하는 대화무드에 제동"…北발표 의도와 배경 분석에 주력
"고정적 협상패턴"…'北, 쉽게 핵포기 않을 것' 지적에 무게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하고 북미 정상회담도 열지 않을 수 있다고 위협하자, 미국 언론들은 이를 일제히 속보로 전하며 북한의 의도와 배경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이 "조미(북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에서 "일방적인 핵포기만 강요하면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경고로 "트럼프 정부 관료들이 허를 찔렸다"고 보도했다.
NYT는 북한의 이러한 입장 표명이 북미회담을 앞두고 단지 미국을 위협하는 '척' 하는 것인지, 진짜로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려는 것인지 미 정부 관리들 사이에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표로 북미정상회담의 위험성이 부각됐다고 해석하고,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교적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지적했다.
CNN 방송은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구실 삼아 남북고위급회담을 연기하겠다고 통보한 데 대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허를 찔렸다"고 표현했다. CNN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였던 한반도의 대화 흐름이 갑작스럽게 뒷걸음친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 모델로 제시한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이 북한 입장에서는 솔깃한 제안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 지 7년 후 정권이 교체됐다는 점에서 리비아식 모델에 극도로 반발해왔으며, 김 제1부상은 담화에서 리비아식 모델을 제시한 볼턴 보좌관을 특별히 지목해 비난했다.
미국 언론은 북한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이 북한이 그동안 보여온 협상패턴와 일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김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해 "협상장을 떠날 수 있다고 위협함으로써 판돈을 올리는 북한의 고정적인 대화 패턴과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종전에도 반복적으로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고 위협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표는 그다지 놀랍지 않다고 WP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날 발표는 "북한은 쉽게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무게를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수차례 방북 경험이 있는 팀 슈워츠 CNN 베이징 지국장은 "북한을 돈으로 매수할 수 있다는 트럼프 정부의 암시가 북한을 격앙시켰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으로서는 최근의 대화국면에서 대외적으로 유약하게 비쳐지는 것에 짜증이 났을 수 있고, 북한이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AP통신은 북한이 앞으로 모든 외교를 중단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레버리지를 얻겠다는 것인지 그 의도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두 차례 방북해 김 위원장과 회동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북한이 핵무기 완전 폐기에 동의하면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김 제1부상의 담화를 보면 북한이 이를 거부하는 듯 보인다고 AP는 풀이했다.
김 부상은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P는 북미정상회담이 어떤 식으로든 취소된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가장 큰 외교적 성취가 될 수 있었던 회담의 앞날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