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증가세 둔화…美금리인상·무역분쟁 등 우려요인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임은진 전명훈 기자 = 올해 1분기 상장사는 외형은 물론 이익도 함께 증가했다.
'역기저 효과' 탓에 작년보다 올해 실적 개선세가 둔화해 보이지만 시장 기대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삼성전자를 위시한 정보기술(IT)·반도체 업종의 '쏠림 현상'은 한계점으로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유망 업종으로 내수·소비재와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경협주를 꼽았다.
◇ 외형·내실 모두 '양호'
1분기에도 상장사의 외형과 이익이 함께 개선되는 추세가 지속했다.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 상장사 544개사(연결재무제표 제출 625개사 중 금융업 등 43개사 제외)의 연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매출액은 464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82% 늘었다.
영업이익은 43조원으로 9.96%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33조원으로 2.63% 증가했다.
이익지표는 흐름이 다소 엇갈렸다.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9.23%로 0.43%포인트 올랐지만 매출액 순이익률은 7.08%로 0.15%포인트 낮아졌다.
상장사들이 1천원짜리 상품을 팔아 92원 가량 영업이익을 내고 이 중에서 순수하게 손에 쥔 돈은 70원이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1분기에 기업 실적 개선세가 둔화했으나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다고 평가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작년에 기업 이익이 워낙 가파르게 증가해 올해 1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둔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증가 속도가 다소 완만해진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001200]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어닝 시즌은 반도체가 수출과 기업 이익을 이끌면서 무난하게 흘러갔다"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영업이익이 10% 늘었다는 것은 기업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했지만 매출액은 증가했고 특히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분석 대상 834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9.24% 감소했다.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3.03% 늘어난 41조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2조원으로 35.92% 불어났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15%, 순이익률은 4.42%였다. 매출 1천원당 영업이익 51.5원, 순이익 44.2원을 냈다는 의미다.
◇ IT·반도체 쏠림은 여전
기업 실적은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IT와 반도체가 이끌었다.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매출액 비중 13.06%)를 제외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43%, 13.01% 줄었다.
매출액은 2.89% 늘었지만, 삼성전자를 포함했을 때(4.82%)와 비교하면 저조한 수치다.
코스닥시장에서도 IT와 비(非) IT 업종의 희비가 엇갈렸다.
개별 기준으로 IT 업종 407개사의 영업이익이 2.44% 줄 때 비 IT 업종 670개사는 20.15%나 축소됐다. 당기순이익은 IT 업종은 71.47% 증가할 때 비 IT 업종은 0.41% 감소했다.
양 센터장은 "삼성전자로의 쏠림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올해도 IT와 반도체가 실적을 이끄는 데다 다른 업종이 둔화하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심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T·반도체와 더불어 제약·바이오와 의료정밀이 1분기 기업의 실적을 끌어 올렸다. 그러나 자동차 등 운송장비는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업종은 건설(91.49%), 전기·전자(57.90%), 의약품(30.01%), 의료정밀(8.46%), 화학(4.53%) 등 8개 종목이었고, 기계(-85.06%), 운수장비(-52.28%), 철강금속(-26.27%), 유통(-18.86%) 등 9개 업종은 흑자 폭이 감소했다.
홍춘욱 키움증권[039490] 투자전략팀장은 "현대자동차가 1분기에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기업 실적 증가세를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016360] 투자전략센터장은 "한국전력[015760]이 작년 1조4천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가 올해 적자로 돌아서면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올해 연간 이익 증가…내년에는 '글쎄'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으로도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에 수출주와 대형주 위주로 실적이 좋아졌다면 올해는 내수·소비재와 중·소형주가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 센터장은 "올해까지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연간 기준으로 순이익은 작년보다 10% 정도 증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조 센터장은 "그간 실적 개선을 견인한 전기·전자와 바이오, 금융 업종이 하반기에도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 개선 정도에 따라 경협주도 유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팀장은 "올해는 하반기로 가면서 기업 이익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그간 너무나 부진했던 운송장비 업종이 조선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불황에 시달렸던 소비재 업종이 빛을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따라 레저·엔터, 화장품, 숙박 업종이 하반기에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미·중간 무역 분쟁, 유가 상승 등은 불안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상장사 실적이 올해 정점을 찍고 내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현석 센터장은 "2016년부터 상장사 실적이 좋아지기 시작해 올해까지는 그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내년에도 실적이 잘 나오기는 쉽지 않다. 과거에도 3년 연속 실적이 개선된 뒤에는 둔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고 다른 주요국도 더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지 않아 글로벌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할 여지가 있다. 유가 상승도 기업의 비용 상승·마진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장사 실적은 절대적 수치로 보면 올해가 정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 센터장은 "세계 산업생산 증가율은 높은 수준이긴 하나 정체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도 확장형이지만 (개선세가) 꺾였다"며 "(기업 실적 증가세가) 작년에 미치지 못해 정부가 추경과 예산 등을 통해 소비와 경기를 진작하려는 노력을 강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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