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아직도 가려진 38년전 광주의 그날, 진실 꼭 밝혀져야

입력 2018-05-17 10:03  

[연합시론] 아직도 가려진 38년전 광주의 그날, 진실 꼭 밝혀져야

(서울=연합뉴스) 계절의 여왕 5월이 오면 불면의 밤을 보내며 뼈를 깎는 아픔을 견뎌내는 이들이 있다. 5·18 피해자와 유족들이다. 아름답고 눈부신 신록의 빛깔이 짙어질수록 이들은 소쩍새처럼 진한 울음을 토해낸다. 올해로 38년째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아직도 두꺼운 커튼 뒤에 가려져 있다. 가끔 진실의 가닥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올해는 5·18 당시 여성에게 가해진 성폭력과 고문의 실상이 일부 확인되면서 광주사람들은 당시의 상처를 다시 눈물로 보듬어야 했다. 광주항쟁 당시 가두방송을 했다가 성폭력과 모진 고문을 당했던 김선옥(60) 씨의 얘기다. 스물세 살의 꽃다운 나이에 그녀는 군홧발에 짓밟혔다. 그날 이후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나락으로 떨어졌다. '오월의 악몽'은 지금도 그녀에게 현재형이다. 그녀의 증언은 지난 10일 광주 5·18자유공원 야외광장에서 개막한 '5·18영창 특별전-스물세 개의 방 이야기'에 담겼다.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올해 38주년을 맞아 '보아라 오월의 진실, 불어라 평화의 바람'을 행사 슬로건으로 정했다. 여기에는 "오월의 진실을 시민의 힘으로 밝혀낸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5·18 이후 38년의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진상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데다 실체적 진실은 가뭇없이 사라질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만 해도 5·18 당시 계엄군이 집단으로 또는 수시로 저질렀다는 증언이 있지만, 극히 일부만 확인됐을 뿐이다. 성폭력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범죄다. 더구나 계엄군에 의해 저질러졌다면 이는 명백한 국가폭력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한다.

5·18 사상자 수마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1995년 5·18 사망자 수는 민간인 166명, 군인 23명, 경찰 4명 등 모두 193명이고 부상자는 852명이라고 발표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2005년에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민간인 사망자는 606명이다. 이 가운데 165명은 5·18 당시 숨졌다. 나머지는 당시 부상으로 후유증에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 통계는 확실하지 않다. 집단학살과 암매장에 관한 여러 증언이 있지만 다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5·18 진상 규명의 핵심이라 할 '발포 명령'도 밝혀지지 않았다. 계엄군의 집단 발포 등 군의 주요 결정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지휘 하에서 이루어졌다는 증언만 있을 뿐이다.

다행히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했다. '5·18 특별법'은 오는 7월 1일부터 3년간 시행되는 한시법이다. 이 법은 5·18 강제 진압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핵심으로 한다. 광주사람들이 이 법에 거는 기대는 아주 크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방부가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5·18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공언해왔다. 송 장관은 최근 광주를 방문해 5·18 단체 회장단과 면담한 자리에서 "국군의 이름으로 잘못 적은 역사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작년 9월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 출범 때도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 2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국방장관으로서 38년 만에 처음으로 5·18에 대해 국민과 광주시민에게 사과했다. 국가폭력에 대한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제출하고 왜곡·조작된 사실은 그 경위 등을 밝혀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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