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배 우승으로 4년 3개월 만에 타이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내년에는 우승도 좋지만 커피 향 그윽한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
조한승(36) 9단은 16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9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시상식에서 낭만적인 우승 소감을 밝혔다.
대회 후원사가 커피 회사라는 점을 의식한 '립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조한승 9단은 이 말로 승부를 떠나 더 풍성한 삶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조한승 9단은 맥심배 결승 3번기에서 박영훈(33)을 2승 1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국에서 반집 승을 거두며 팽팽한 접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입신(入神·9단의 별칭) 중 최강을 가리는 대회 특성상 맥심배는 다른 대회와 비교해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30대 중반에 접어든 기사끼리 결승 대국을 펼치는 것은 바둑계에서 오랜만에 있는 일이라 관심이 쏠렸다.
최근 바둑계는 10대 후반과 20대 초중반에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기사들이 워낙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서다.
조한승 9단은 이번 우승으로 2014년 1월 제57기 국수전 우승 이후 4년 3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또 입신에 오른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맥심배 입신 최강에 등극했다.
조한승 9단은 "행운으로 우승했다"고 겸손해하면서도 "최근 열심히 하지도 못했고 성적도 안 좋아서 자신감이 조금 없어지고 힘이 빠지는 면이 있었다. 이런 좋은 기회에 많은 응원을 받아 열심히 해볼 수 있었다"고 우승의 의미를 설명했다.
'커피 향 그윽한 남자'가 되겠다는 다짐에는 좀 더 깊은 의미가 있었다.
바둑판에서 바둑계 등 더 넓은 세상으로 시야를 넓히겠다는 마음가짐이 깃들어 있다.
조한승 9단은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고 웃으면서도 "프로기사이기 때문에 승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바둑계에서 중간 나이에 있다. 바둑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으로 도움되는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바둑계에서는 '미투 운동'을 계기로 9년 전 불미스러운 일이 폭로돼 프로기사들도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조한승 9단은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바둑계가 바로 서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한승 9단은 "바둑 외적으로도 많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둑과 외부적인 부분을 둘 다 조화롭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일이 나왔으니 기사들도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바둑판도 더욱 여유 있게 바라본다.
조한승 9단은 "30대의 좋은 점이 있다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좀 더 편하게 바둑을 둔다는 것"이라며 "승부를 겨뤄온 기간이 많은 만큼 여유를 갖고 시합에 임하는 것이 30대 바둑의 강점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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