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요구에 정부 개입내역 공개키로…외환시장 괜찮나

입력 2018-05-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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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요구에 정부 개입내역 공개키로…외환시장 괜찮나
IMF 권고에 美 정부 압박까지…환율 급변 땐 개입한다지만 불안감
'반기·순거래액' 비교적 양호한 조건…투명성 제고 도움될듯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이세원 김수현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등의 요구에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고 투명성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원화 위상이 많이 높아진데다가 정부가 인위적인 환율 조작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공개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외환시장에는 당장 별다른 충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처음 논의가 수면 위로 불거졌을 때 환율이 뚝 떨어지면서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때는 시장안정조치를 적절히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아무래도 종전보다는 움직임이 둔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20배 성장한 외환시장 "국제사회 요구 커져…공개해도 충격 작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외환 정책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일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외환시장이 성장했고 원화의 위상이 높아졌다.
1998년 11억 달러 규모이던 은행 간 외환 거래량이 작년에는 228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등 시장 규모가 20배가 넘게 성장했다.
원화는 터키 리라화, 러시아 루블화, 인도 루피화보다 많이 거래되는 등 신흥 통화 중 거래가 가장 활발해졌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39억 달러까지 곤두박질쳤던 외화 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3천984억2천만 달러로 100배 이상 늘어 대외 건전성도 좋아졌다.
또 총외채 중 단기 외채 비율이 1997년 말 36.1%에서 2017년 말 27.7%로 낮아지는 등 유동성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도 줄었다.
그간 정부는 기본적으로 환율 변동은 시장에 맡기고 급변할 때만 미세 조정하는 이른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을 원칙으로 삼았다.
다만 시장 여건과 정책 실효성 등을 고려해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오해를 낳았다.
수출에 유리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원화 가치 저평가를 유도한다는 의심이 대표적이다.
일부에선 당국 개입을 예상하며 거래해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국제사회는 개입 내역을 공개하라고 꾸준히 요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적절한 시차를 두고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공개할 것을 권고했고 작년 이사회도 역시 공개를 권유했다.
미국 재무부는 환율보고서에서 2016년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차례 연속 한국을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하는 등 압박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을 뺀 34개국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는 한국·중국·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6개국을 제외한 국가가 개입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정부는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외환시장 개입 내역의 점진적 공개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개입 내역을 공개할 경우 한국의 외환정책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동합의문 수준 이상으로 투명성이 높아진다.
주요 항목 가운데 국제수지, 통화량, 수출입 등 3가지 지표는 TPP 합의문보다 공개 주기와 시차가 더 짧기 때문이다.




◇ 외환시장에 이미 반영…위기대응 어려워질까 불안은 남아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조건은 당초 우려보다는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엔 반기, 1년 뒤엔 분기 주기로 순거래내역을 공개하는 조건이어서 외환당국은 어느 정도 여유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공개 주기가 월 단위로 짧아지고, 매수, 매도내역을 각각 공개해야 한다면 CCTV에 찍히듯 움직임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쏠림현상이 있을 때도 운신하기가 까다로와질 뿐 아니라 투기세력에게 빌미를 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됐다.
처음 외환당국 거래내역 공개 논의가 알려지자 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초 원/달러 환율이 이틀 만에 9.3원이나 떨어지며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최저인 1,054.2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까지 앞둔 시기여서 원화가 강세로 가도 외환당국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외환시장에서는 재료 자체는 그때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이번 정부 발표가 당장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원 오른 1,078.1원으로 거래가 시작됐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가 화두여서 정부 개입여부에 민감하지 않은 시기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개주기가 예상보다는 짧지 않아서 시장 영향력은 별로 없을 것 같다"며 "오히려 정부가 시장 균형을 위해 노력한다는 측면이 강조될 수 있어서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환당국 손발이 묶인다는 막연한 불안감은 기저에 깔려 있다.
이와 관련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시장안정조치를 한다는 기존 원칙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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