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8년 전 공식 폐지된 사형제도 부활 여부를 놓고 찬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브루스 라우너 일리노이 주지사(61·공화)는 "총기 난사범과 경찰 대상 총격범 등 극단적 범죄자들은 삶을 영위할 자격이 없다"면서 주의회가 추진 중인 총기규제 강화법안에 사형제 복원 내용을 추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곳곳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르고, 지난 2월에는 시카고 도심 관공서 앞에서 31년 경력의 고위급 경찰 간부가 강도 용의자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후 일리노이 주의회는 총기규제 강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소총 또는 산탄총 소지를 위한 대기 시간을 24시간에서 72시간으로 늘리고, 법원에 위험 인물의 총기를 압수할 권리를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라우너 주지사는 "어떠한 의심도 없이 혐의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을 때"(proof beyond all doubt)에 한해 배심원단이 사형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에 필요한 조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때"(proof beyond a reasonable doubt) 보다 높은 기준이다.
라우너 주지사는 "이같은 조건이 무고한 사형수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데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줄 것"이라며 "현행범 또는 복수의 목격자가 있는데도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DC 소재 '미국 사형정보센터'(DPIC) 로버트 던햄 사무총장은 "일리노이 주에서 경찰의 강압에 의해 용의자가 허위 자백을 하거나 목격자가 증언을 철회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며 "어떠한 의심도 없이"라는 조건도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리노이 사형제도 역사 자체가 사형 선고가 얼마나 임의적이고 신뢰하기 어려운지, 사법 당국의 부정행위에 얼마나 취약한 지 보여주고 있다"면서 "철저한 공개 토론과 공청회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라우너 주지사의 추가 발의로 법안은 주하원으로 되돌아갔다. 라우너 주지사의 제안이 입법화 되기 위해서는 주의회가 우선 법안 수정을 승인해야 한다.
일리노이 민주당 측은 "사형제도가 특정인의 어젠다 추진을 위한 정치적 도구가 돼서는 안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존 컬러튼 주상원의장은 "여러가지 폐단을 겪고 어렵사리 제도를 폐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리노이 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것은 1999년, 2011년에는 사형제가 공식 폐지됐다.
일리노이 주는 미국 연방정부가 1972년 사형제도를 폐지했다가 1976년 재도입한 이후 약 20년간 12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그러나 13명의 사형수가 무죄 석방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2000년 조지 라이언 당시 주지사(공화)가 사형제 유예를 선언하고 사형 집행을 잠정 중단시켰으며, 10년여에 걸친 논란 끝에 2011년 사형제 폐지법을 승인·발효했다.
현재 미국 연방 정부와 31개 주에서 사형제가 유지되고 있으며, 19개 주와 워싱턴DC에는 사형제도가 없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