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총선 승리 열흘만에 헤즈볼라 최고기구 슈라위원회 겨냥
걸프 6개국과 함께 집단행동…대이란 단독제재 2건 직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과 걸프 지역 6개국이 16일(현지시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지도부를 상대로 금융 제재를 부과했다고 AFP와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로 구성된 '테러리스트자금추적센터'(TFTC)는 지역 평화에 위협을 가했다는 이유로 헤즈볼라 서열 1,2위인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와 나임 카셈 부총재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과 사우디가 주도하는 TFTC는 헤즈볼라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슈라위원회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나스랄라와 카셈 외에 슈라위원회 구성원 3명이 제재 대상에 올랐고, 그 밖에 헤즈볼라 조직과 관련된 개인과 기업 9곳도 이름을 올렸다.
제재 대상자들에게는 자산 동결과 국제 금융 네트워크 접근 차단 등의 조치가 발효된다.
1992년부터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나스랄라로서는 이번이 세 번째 국제 제재다. 그는 1995년 중동 평화 협상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2012년 시리아에서의 행동을 이유로 각각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헤즈볼라의 슈라위원회를 겨냥함으로써 우리는 소위 '정치 조직'과 헤즈볼라의 국제 테러 음모 사이에 거짓 차이를 집단적으로 반대했다"고 말했다.
<YNAPHOTO path='AKR20180517130500009_01_i.jpg' id='AKR20180517130500009_0101' title='나심 카셈 헤즈볼라 부총재' caption='[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제재는 헤즈볼라가 지난 6일 레바논 총선에서 동맹 그룹과 함께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정치적 승리를 거둔 지 열흘 만에 나왔다. AFP에 따르면 총선 승리로 헤즈볼라는 다른 정치세력이 헤즈볼라의 비무장화 시도를 차단하기에 충분한 의석을 확보했다.
시아파 단체인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 창설돼 정치, 군사, 사회적으로 레바논 국민 사이에서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미국은 헤즈볼라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헤즈볼라 수뇌부에 대한 미국 주도의 제재는 이란을 겨냥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이후 일주일 새 두 건의 대(對) 이란 단독 제재를 발표하면서 이란의 금융 네트워크를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날 헤즈볼라에 대한 제재 부과 발표에서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 그룹"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이란을 동시에 겨냥한 조치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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