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수 "총선 여론조사비 보고"…이병호 "총선용이었으면 안 줬을 것"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2016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지원한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이 "20대 총선 여론조사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원장을 보좌한 이헌수 기조실장은 이 전 원장에게 5억원의 용처를 보고했다고 주장해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렸다. 둘 중 한 명이 위증을 하는 것이거나, 특정 사실을 놓고 인식이 크게 달랐다는 것을 의미해 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이 전 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전 원장에게 관련 내용을 모두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실장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16년 8월 초 당시 정무수석실 신동철 비서관에게서 '20대 총선과 관련해 정무수석실이 여론조사를 했는데, 비용이 모자라니 국정원이 10억4천만원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전 실장은 당시 신 비서관이 10억4천만원의 산출 내역이 적힌 A4용지도 보여줬다고 증언했다.
그는 "신 비서관을 만난 뒤 원장님께 그 사항을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자신의 보고를 받은 이 전 원장이 10억4천만원이 아닌 5억원을 지급해주라고 지시했다는 게 이 전 실장 증언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 먼저 증인으로 나왔던 이 전 원장은 "20대 총선 여론조사라는 걸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자신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 영장에 기재된 내용을 보고 당시 5억원이 20대 총선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된 걸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원장은 "이 실장이 와서 보고한 시간이 1∼2분밖에 안 됐다. 이 실장이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을 언급했는지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금을 5억원으로 정한 것도 "이 실장이 5억원만 주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해서 그 내용을 승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 측 국선변호인이 "이헌수에게서 총선 여론조사라는 내용을 보고받았으면 자금 지원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입장인가"라고 묻자 "그런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 전 실장이 자신에게 모든 내용을 보고했다는 것은 "이헌수 본인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얘기한 것 같은데 저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치러진 4·13총선을 앞두고 친박계 인사들을 공천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총 120회에 달하는 '진박 감정용' 불법 여론조사를 한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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