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드론·로봇 등 첨단 재난현장조사 장비 소개
(울산=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보유한 중형급 재난특수임무로봇 iRobot 510이 물건을 들어올려 이동하는 모습.
(울산=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7일 오후 울산 태화강 둔치 어디선가 지독한 가스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오렌지색 보호복을 입은 조사원이 유해대기오염물질측정센서(켐아이디)를 들고 현장에 접근했다.
센서가 감지한 정보는 5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화학물질 측정 분석시스템을 통해 분석됐다. 모니터에는 구체적인 가스 누출 지점이 붉은색으로 표시됐고 누출 가스 종류와 대기 중 농도 정보가 바로 분석됐다.
이날 상황은 행정안전부 산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재난현장 조사업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한 훈련의 일환이었다.
지진으로 인한 지반파괴와 구조물 붕괴, 유독가스 누출 등 복합재난을 가정해 진행된 훈련에는 연구원이 보유한 첨단 재난 현장조사 장비가 총동원됐다.
먼저 사람이 진입하기 힘든 지진 현장이나 시설물 붕괴 상황을 가정해 특수조사차량이 투입됐다. 특수조사차량은 빛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고 물체를 감지하는 지상 라이다(LiDAR)와 지반함몰센서, 이동기상관측센터 등을 탑재해 원거리에서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국내에 단 1대뿐인 특수조사차량은 2014년 연구원이 12억원을 투입해 자체 개발했다.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에는 로봇이 먼저 투입돼 상황을 살핀다. 바퀴와 집게가 달린 중형급 재난특수임무로봇은 집게를 이용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
하천의 유해화학물질 누출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원격 조종이 가능한 수상관측보트가 활용됐다. 탁도나 용존 산소량 등 6가지 수질관측센터가 탑재된 수상관측보트는 연구원이 직접 개발했다. 이날은 수상관측보트를 이용해 지진으로 주유소 등이 파괴된 상황을 가정해 하천이나 대기로 유출된 유류나 LPG 가스 등을 감지하는 훈련이 진행됐다.
바다와 땅 위 뿐 아니라 하늘에서도 조사가 이뤄진다. 연구원은 재난 현장 상황 모니터링과 항공촬영용으로 총 13대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열화상카메라가 탑재된 드론은 재난 발생 때 뿐만 아니라 해수욕장에 해파리가 나타나는 위치 탐지나 실종 등산객 수색, 다리 붕괴 위험 조사 등 실생활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드론을 이용해 찍은 영상은 다목적 조사차량 내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바로 분석된다. 화상회의시스템이 구축된 차량은 재난현장과 연구원간 중계역할을 한다.
지진 지역에서 건물의 붕괴 위험을 살피는데는 철근탐지기와 콘크리트 초음파 단층 촬영기 등이 사용된다. 이들 장비를 이용하면 비파괴 방식으로 건물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붕괴 원인과 추가 붕괴 위험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첨단장비를 이용한 재난 연구는 2014년 신설된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재난원인조사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난원인조사실은 2013년 마우나리조트 붕괴 등 건설공사장 안전사고 조사를 비롯해 2016년 태풍 차바와 경주·울산 지진, 2017년 포항 지진 등 재난 발생 때 첨단장비를 이용해 재난원인을 과학적으로 조사하는 'DSI'(Disaster Scene Investigation) 업무를 하고 있다. 과거 재난 관련 자료 수집과 발생 이력 관리 등 재난 원인정보 아카이브 구축과 재난프로파일링 시스템 구축도 재난원인조사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김현주 재난원인조사실장은 "연구원이 보유한 재난현장조사장비는 외국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면서 "첨단 로봇기술을 재난조사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운용훈련을 해 재난현장 과학조사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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