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강남역 여성살인' 사건현장 찾았다가 '머쓱'

입력 2018-05-17 16:36   수정 2018-05-17 17:19

경찰청장, '강남역 여성살인' 사건현장 찾았다가 '머쓱'
2주기 현장점검 방문…상인들 반발에 황급히 발길 돌려
"여성안전 위해 더 노력…피해실태 정확히 조사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2주기인 17일 경찰 총수가 사건 발생장소를 점검하려다 건물 관계자들 반발에 부딪혀 발길을 돌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2시 55분께 강남역 번화가 골목 내 한 노래방 건물 앞에 도착했다가 해당 건물 입점 상인들로 보이는 남성 2명에게 제지당했다.
남성들은 "왜 왔냐. 장사하는 앞에서 뭐하는 거냐"라며 이 청장과 경찰 관계자, 취재진 등에게 언성을 높였다. 이 청장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다음 점검 장소로 빠르게 발길을 돌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애초 건물 안으로 들어갈 계획이 아니었는데 건물 측과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건물 남녀공용화장실에서는 2016년 5월 17일 새벽 1시께 34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23세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수사기관에서 범인이 "여자를 기다렸다가 범행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사회적으로 여성 안전 문제가 대두했고, 분노한 여성들은 강남역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후 여성 대상 범죄를 특별히 엄단하겠다고 수차례 밝혔으나, 범죄 통계 등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어 실효성 있는 치안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홍대 몰카' 사건의 여성 피의자를 '몰카범'으로는 이례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우면서 여성계로부터 "경찰의 성차별이 여전하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경찰청은 이 청장이 강남역 점검을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여성 대상 악성범죄 집중단속 100일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청장은 강남역 번화가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CC)TV와 여성안심화장실, 여성안심화장실 등에 설치된 비상벨, 여성안심 순찰 구역 등을 돌아보고 점검을 마쳤다.
이 청장은 취재진에게 "2년 전 있었던 가슴 아픈 사건을 되돌아보고 여성분들이 안심하도록 현장을 찾았다"면서 "여성안심화장실과 CCTV를 확충하고, 번화가 지역에는 주 3회 심야 특별순찰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부터 여성 악성범죄에 대해 100일간 특별단속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여성 피해 실태를 정확히 조사해 범죄 예방에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고, 경찰 출동·조사 과정에서 여성이 2차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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