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회담 운명 얘기하긴 일러…트럼프가 대응 선택해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전문가들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이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북한의 전형적 협상 전술을 보여주는 외교적 행보로 아직 북미 회담의 운명에 대해 얘기하긴 이르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태평양국립대 교수인 정치학자 일두스 야룰린은 자국 스푸트니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반발의) 공식 이유는 한미 군사훈련이지만 이는 예상됐던 것"이라면서 "동방 국가인 북한은 한발을 나갔다가 두발을 물러서고 다시 한발을 나가는 식의 신중한 협상 행보를 보이는 것이 전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이 내일 모든 것이 해결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가 북한을 조심스럽게 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국립대(MGU) 미국연구펀드 소장 유리 로굴료프는 자국 뉴스전문 TV방송 RT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강경 발언은 외교적 행보다"라고 규정하면서 "아직 북미 회담이 무산될지 얘기하긴 이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반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격하게 맞대응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주는 상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동방학연구소의 한국·몽골학과 과장 알렉산드르 보론초프는 "미국의 입장은 '당신이 먼저 완전히 무장해제를 해라. 그러면 우리가 뭐를 줄지를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면서 하지만 "북한은 안전 보장을 원하며 만일 핵프로그램을 판다면 비싸게 팔려고 할 것"이라고 양국의 입장차를 지적했다.
보론초프는 "김정은과 그 측근들은 핵을 포기한 리비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의 운명에 대해 기억하고 있다. 북한의 누구도 그의 길을 따라가길 바라지 않는다"면서 확실한 체제 안전보장 약속이 없는 한 북한이 쉽게 미국의 비핵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정치분석가인 전략소통센터 부회장 드미트리 아브잘로프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지지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이의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편에 설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아브잘로프는 이어 "(북미 간) 일정 수준의 대립 유지는 러시아에 유리할 수 있다"면서 "현재의 협상은 러시아가 제외된 밀실 협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트럼프의 외교적 실패는 현 상황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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