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법원, 터키국영은행 임원에 징역형…"이란제재 회피에 가담"

입력 2018-05-17 17:12  

미국법원, 터키국영은행 임원에 징역형…"이란제재 회피에 가담"
검찰 "이란제재법 위반사건 중 최대"…'터키정부 최고위층 가담' 진술도 나와
법원, 구형보다 훨씬 가벼운 처벌 선고…"적극 가담자 아냐"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국영 은행이 미국의 이란제재 회피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법원이 은행의 담당 임원을 징역형에 처했다.
미국 뉴욕남부연방지법 리처드 M. 버먼 판사는 16일(미국동부 현지시간) 터키 할크방크 부사장(부행장) 메흐메트 하칸 아틸라에게 징역 32개월을 선고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앞서 올해 1월 배심원단은 아틸라에게 금융사기와 공모 등 5개 혐의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아틸라는 이란계 터키 금거래상 레자 자라브 등과 짜고 금·식량 거래로 위장해 이란의 에너지 수출을 도운 혐의를 받았다.
연방지검의 마이클 로커드 검사는 법정에서 "이 사건이 지금까지 발각된 이란제재법 위반 사건 중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징역 20년형을 구형했으나 버먼 판사는 이보다 훨씬 짧은 32개월로 형기를 결정했다.
아틸라는 재판이 진행되는 14개월간 구금됐기에, 18개월만 추가로 복역하면 된다.
버먼 판사는 "아틸라는, 변호인의 말 대로 톱니바퀴의 일부일 뿐이고, 내가 판단하기에도 마지못해 가담했다"면서, 아틸라가 이번 일로 직접적인 금전상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작년 9월 미국 연방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병을 확보한 아틸라와 자라브를 포함해 총 9명을 기소했다. 자페르 차을라얀 전 터키 경제장관과 쉴레이만 아슬란 전 할크방크 은행장도 피고에 포함됐다.
자라브는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에 협력, 법정에서 핵심 증인으로서 아틸라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자라브는 또 차을라얀 전 장관을 비롯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당시 총리 정부의 장관들에게 거액을 뇌물로 제공했다고 증언했다.
기소 사실이 알려진 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비롯해 터키정부는 이번 사건이 터키정부에 타격을 주려는 정치적 의도로 조작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기소 직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달 15일 블룸버그TV로 방송된 인터뷰에서 "아틸라는 무죄"라고 주장하며, "아틸라가 범죄자가 된다면, 그것은 미국법원이 터키 공화국을 범죄자라고 선언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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