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는 4년간 아마존 숲에서 무엇을 봤나

입력 2018-05-17 17:45  

인류학자는 4년간 아마존 숲에서 무엇을 봤나
에두아르도 콘 '숲은 생각한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80년대 후반 에콰도르 나포강 상류 지역을 돌아보던 젊은 인류학도에게 사람들은 말했다. "아빌라까지 갈 생각이라면 조심하세요. 볼일 보러 나갔다 오는 사이에 주인집 사람들이 재규어로 변해있을지 몰라요."
루나족 공동체인 아빌라 숲 주변에 '루나 푸마', 즉 '인간-재규어'가 출몰한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긴 에두아르도 콘은 1992년 '루나 푸마'가 모여 사는 아빌라로 처음 향했다. 그곳에서 문명화한 사람들이면서 때로는 포식자이기도 한 원주민들과 만났다.
신간 '숲은 생각한다'(사월산책 펴냄)는 캐나다 맥길대 인류학 교수인 에두아르도 콘이 1996년부터 4년간 아빌라에서 조사하고 관찰한 것들을 담아낸 책이다. 재규어부터 개미핥기, 대벌레, 솔개, 선인장, 고무나무 등 숲 속 생물들의 삶과 생존 전략이 인간 일상과 얽히고설키는 풍경이 펼쳐진다.
책이 구분되는 지점은 '숲은 생각한다'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인간이 아닌 숲 관점에서 아마존 생태계를 들여본 것이다.
나무와 동물은 정말로 감정을 느끼고 사고도 한다. 아마존에서 한 그루 야자나무가 쓰러지는 굉음에 위험을 느낀 양털원숭이가 도망치는 모습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원숭이가 굉음이라는 신호를 해석해 도망쳐야 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보면, 원숭이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자기'일 수 있다.
이러한 태도를 알려준 것은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루나족이다. 이는 원시시대 산물이 아닌, '생존'을 위한 탁월한 통찰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책은 저명한 학술상인 미국 인류학회 그레고리 베이트슨 상을 받았다.
차은정 옮김. 456쪽. 2만3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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