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실학,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치유하는 붓다 = 김재권 외 지음.
병을 고쳐주고 재앙을 걷어내는 부처인 약사여래(藥師如來)를 신봉하는 약사신앙 역사와 약사여래를 형상화한 미술품을 소개했다.
선조들은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교화한 석가여래, 극락세계에 머물며 법을 설파하는 아미타여래와 함께 약사여래에 크게 의지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약사여래는 병자에게 큰 힘이 됐다.
약사신앙은 경전으로 나타나기도 했고, 불상이나 불화로 표현되기도 했다. 약사여래는 손에 약그릇을 쥔 모습이 특징인데, 때로는 고리 달린 지팡이인 석장(錫杖)을 들기도 했다.
불교 이론, 불교 미술사, 불교사, 서지학 연구자들이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눠 약사여래에 관한 글을 썼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있는 보물 제1130호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 번역문도 실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272쪽. 1만4천원.
▲ 민중과 대동 = 이창일 지음.
동양철학을 전공한 이창일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지배계급 착취에 저항한 조선시대 민중이 오늘날 주권재민(主權在民)의 뿌리가 됐다는 주장을 담은 책.
민중은 조선 초기 군도(群盜) 활동을 하고 변란을 일으키는 반역 집단으로 인식됐으나, 조선 후기가 되면 개벽을 꿈꾸며 동학농민혁명을 주동했다.
저자는 민중사상 전개 과정을 설명한 뒤 근대화를 서구화와 동일시하는 관점을 비판하면서 자유와 평등을 중시한 서구 사상 이상으로 민중의 사상과 실천이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조선은 주자가 편집한 유가 사상을 수용해 예치(禮治)의 소강(小康)사회를 이상사회로 인식했고, 이로 인해 신분제와 권력 세습이 강화됐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소강사회에 반하는 대동(大同)사회야말로 공자와 맹자 사상의 정수라고 주장하고 "특정 집단에 의해 사유화된 성인 말씀을 다시 공의로 되돌리는 일을 실현하려는 각성한 의지가 대한제국을 탄생시킨 힘이 됐다"고 결론짓는다.
모시는사람들. 336쪽. 1만5천원.
▲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 = 김기봉 지음.
역사 대중화에 힘쓴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일상화한 시대에 역사학을 어떻게 새롭게 정의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 결과를 기록했다.
저자는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가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로 정의한 데 대해 반기를 든다. 그는 역사를 과학과 진보 과정이라는 프레임으로 해석한 카의 이론에 반박하면서 사실(史實)은 하나여도 담론은 여럿이라는 점에서 역사에는 문학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역사를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로 나누는 오래된 체제를 청산하고, 일국사(一國史)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역사 서술을 지식이 아닌 상상력으로 해야 역사학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문학과지성사. 312쪽. 1만5천원.
▲ 실학,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다 = 정성희 외 지음.
정성희 실학박물관 수석학예사를 비롯해 학자 12명이 조선 후기 새로운 학문으로 등장한 실학(實學)의 실체를 조명했다.
실학은 개혁을 지향한 근대화 맹아였다고 평가받지만, 일부 학자는 유학의 한 갈래에 불과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개혁론, 역사지리관, 여성, 문예, 신문물, 과학 등 다양한 주제와 실학을 연관 지어 설명한 짤막한 글을 묶었다. 글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캐스트에 동명 제목으로 연재된 바 있다.
사우. 280쪽. 1만7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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