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 최저임금 놓고는 장하성 청와대 실장과 미묘한 시각차
(세종=연합뉴스) 이 율 기자 = 경기국면 판단을 둘러싼 정부 내 논쟁이 기 싸움으로 확전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경기침체론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성급하다는 취지로 반박하자, 김 부의장이 경제를 볼 때는 현상과 구조를 동시에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일갈하면서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쇼크가 이어지는 등 경제가 불안한 와중에 벌어진 정부 내 신경전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김동연 부총리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우리 경제가 침체국면 초기 단계에 있다고 평가한 데 대해 "지금 경제 상황을 월별 통계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반박으로 여겨지는 발언이었다.
김 부총리는 "수출은 3∼4월 사상 최초로 500억 달러 이상이었고 산업생산도 광공업 빼고 나쁜 흐름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지금 경기에 대해 여러 내용, 메시지가 혼재된 상황으로 경기 흐름이 꺾일지 올라갈지 중요한 전기가 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광두 부의장은 이와 관련 페이스북에 김동연 부총리의 반박을 적시한 뒤 "경제를 볼 때는 현상과 구조를 동시에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현상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현상이 나타나게 하는 구조는 현상의 추세를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에 근거해 설치된 대통령 경제자문기구로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으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지난해 5월 21일 부의장에 임명됐다.
김 부의장은 키우려는 의지보다 나누려는 의지가 더 강한 분위기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복잡 다양한 규제, 노사 간의 균형, 해외로 본사와 공장을 이전하려는 흐름 등을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지목했다.
설비투자와 수출 중 반도체를 빼면 어떤지, 반도체의 특수사이클이 종점이 이르면 어떨지, 중국의 '제조 2025'가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반문했다.
그는 이어 "현재 눈에 보이는 통계적 현상은 구조적 현상의 결과"라며 "이런 구조가 지속하는 한 통계적 현상이 개선되기 어렵고 악화할 가능성이 큰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부의장은 증시에서 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분기 중 각각 14.18%와 19.57% 감소했다면서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경기전망은 심리지표를 참고지표로만 활용하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의 심리변화가 경기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재부와 한은의 경기전망은 일부 업종에 대한 설문조사 형식을 취합한 결과이기 때문에 정량적 지표로 구성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청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부의장은 지난 14일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는 정부의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 대해 반박하면서 "여러 지표로 봐 경기는 오히려 침체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부 내 시각차는 경기국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김동연 부총리는 16일 국회에서 고용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의 관련성을 묻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반면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1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에 관해 "일부를 빼면 고용감소 효과가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 결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김 부총리는 장 실장과 엇박자가 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청와대와 결이 다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아직 분석 기간이 짧아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것은 없지만, 경험, 직관 등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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