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임시 마무리로 10세이브 평균자책점 1.78
"선동열 감독님, 자신 있고 씩씩하게 던질게요"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두산 베어스의 좌완 투수 함덕주(23)는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시즌 두산의 후반기와 포스트 시즌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던 그였기에 기대가 컸지만, 첫 번째 국가대표 무대는 아픔만을 남겼다.
함덕주는 일본과 대회 첫 경기에서 4-3으로 앞선 9회 1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뒤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우에바야시 세이지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함덕주는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1자책)을 기록한 뒤 더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느라 구위가 정상이 아니었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 역시 "(함)덕주는 처음 풀타임을 뛴 시즌이라 힘들어한다. 포스트 시즌 때 구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때의 아쉬웠던 경험이 함덕주에게 더욱 분발하는 계기가 됐다.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홈경기가 우천 취소되기 전에 만난 함덕주는 "APBC에서 너무 안 좋았기에 겨울 동안에 준비를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지난겨울 체력을 철저하게 다진 함덕주는 올 시즌 두산의 임시 마무리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의 선두 질주를 뒷받침하고 있다.
잦은 등판과 많은 투구 수로 인해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지만 함덕주는 몸 상태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함덕주의 원래 보직은 선발이었다. 지난해 선발로 나선 24경기에서 7승 8패 평균자책점 4.15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리그 최강 5선발'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마무리였던 이용찬이 선발 전환하고, 김강률이 구위 저하를 보이자 김태형 감독은 불펜 약화를 고려해 함덕주를 선발에서 마무리로 돌렸다.
김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함덕주의 시즌 성적은 22경기에서 2승 1패 2홀드 10세이브 평균자책점은 1.78로 현재 구원 부문 공동 2위다.
함덕주는 이에 대해 "처음에 마무리를 맡았을 때는 10세이브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막상 달성하고 보니 기분이 좋다. 한 자리를 채운 것 같아 뿌듯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시즌 초반에 힘들었을 때 형들의 도움이 제일 컸던 것 같다"며 "형들이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아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가능했다. 형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실 함덕주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체인지업이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다. 속구를 던질 때와 같은 팔스윙으로 나오는 함덕주의 체인지업이 고비 때마다 위력을 발휘한다.
함덕주 역시 "체인지업이 없었다면 지금의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또 포수인 양의지형이 적절한 타이밍에 체인지업을 요구하기 때문에 믿고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함덕주는 이변이 없는 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이 유력하다.
그는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작년에도 대표팀에 뽑히긴 했지만, 그때는 나이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것이기에 더 뜻깊다. 만약 가게 된다면 잘하고 싶다"고 했다.
짓궂은 요청이지만 선 감독에게 자기 PR을 해달라고 했다.
함덕주는 잠시 민망한 표정을 짓더니 "자신 있고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아시안게임 가서도 지금처럼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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