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건강 악화로 구 상무가 지주사 등기이사로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재계 서열 4위 LG그룹이 4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구본무 회장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장남 구광모(40) LG전자[066570] B2B사업본부 사업부장(상무)을 등기이사로 선임하기로 한 것이다.
LG그룹 지주사인 ㈜LG[003550]는 17일 이사회를 열어 구광모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다음 달 29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되면 구 상무는 ㈜LG의 사내이사로 LG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LG가(家)는 그동안 경영권의 '장자 승계'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며 "원칙에 따라 구광모 상무가 LG그룹의 경영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도 이날 "구본무 회장이 와병으로 이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며 "(구 상무의 이사 선임은) 후계 구도를 대비하는 차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 구광모 상무는 누구
구 상무는 구 회장의 친아들이 아니다.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었는데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구 회장이 2004년 양자로 들이며 LG가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서울 경복초교, 영동고교를 거친 구 상무는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했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636DFFCF450007AF86_P2.jpeg' id='PCM20180517002815365' title='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 사업부장(상무) (CG)' caption='[연합뉴스TV 제공]' />
입양 2년 뒤인 2006년 구 상무는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뉴저지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거쳤다.
제조와 판매 현장, 해외와 지방 등을 두루 경험한 셈이다.
2014년 지주사인 ㈜LG 상무로 승진한 이후로는 그룹의 주력사업·미래사업을 챙기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를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부터는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B2B사업본부의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을 맡았다. 2월에는 ID사업부를 이끌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상업용 디스플레이 국제전시회 'ISE 2018'에 참가하기도 했다.
구 상무에 대한 LG그룹 안팎의 평가는 "겸손하고 소탈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동안 가시적인 경영 성과를 보여준 게 없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그동안 경영 수업 차원에서 낮은 직책인 대리로 시작해 2014년에야 상무로 승진한 탓도 있다. 아직 40세로 나이가 젊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러운 경영 승계라는 얘기도 나온다.
◇ 전격적인 4세 경영 전환…배경은?
이처럼 전격적으로 4세 경영 체제로 전환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1995년 경영권을 물려받아 그룹을 이끌어온 구본무 회장의 건강 악화다.
구 회장은 2016년 12월 최순실 게이트 때 청문회장에 나왔을 때만 해도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YNAPHOTO path='GYH2018051800010004400_P2.jpg' id='GYH20180518000100044' title='[그래픽] LG그룹 가계도' caption=' ' />
하지만 작년 4월 뇌종양 수술을 받았고, 올해 1월에도 한 차례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상태가 호전되는 듯도 했으나 최근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실질적인 경영은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맡아왔다. 대외 행사 참석은 물론 각종 경영 관련 회의 주재, 중장기 경영 목표 점검, 경영 방향 제시 등을 대신해왔다.
여기에 최근 검찰이 LG그룹을 겨냥해 사주 일가의 탈세 의혹에 칼날을 겨누며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LG그룹으로선 내우외환에 맞닥뜨린 셈이다.
결국 LG그룹으로선 4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이 같은 그룹 안팎의 난관을 헤쳐나갈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40세로 젊고, 상대적으로 경영 경험도 적은 구광모 상무가 조기 등판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지분 승계는 어떻게 될까
구광모 상무가 사내이사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곧장 사장이나 부회장 같은 직책을 맡아 그룹 경영을 총괄할지는 불투명하다.
하현회 ㈜LG 부회장, 박진수 LG화학[051910]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034220]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051900]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032640]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이 구 상무를 보좌하고 구본준 부회장은 2선으로 물러날 수도 있다.
<YNAPHOTO path='C0A8CAE20000015EE5F1EE64000070C5_P2.jpg' id='PCM20171004000816009' title=' ' caption='구본무 LG그룹 회장 [LG그룹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
또는 구본준 부회장이 대행 체제를 당분간 이어가면서 구광모 상무가 좀 더 안착하도록 돕는 일종의 이행기를 거칠 수도 있다.
LG 관계자는 "현재의 대행 체제가 얼마나 계속될지는 지금으로선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 문제일 뿐 결국 구 상무가 그룹 경영을 승계하고 구 부회장은 LG그룹 경영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데에는 재계에서 이견이 없다.
구본준 부회장이 LG그룹의 일부 사업을 인수해 독립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분 승계도 관심사다.
대기업 중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한 LG그룹은 지주사인 ㈜LG의 최대주주가 그룹 경영권을 갖는 구조다.
현재 ㈜LG의 최대주주는 구본무 회장(11.28%)이며, 구본준 부회장(7.72%)이 2대 주주다. 구광모 상무는 6.24%의 지분율로 3대 주주다.
구본무 회장이 유고가 생긴다면 구광모 상무가 그 지분을 인수하면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7천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할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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