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 때문에 마운드 내려가기 일쑤…시즌 후에는 수술까지 고려
"관리하기 참 어려워…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16년 15승과 함께 신인상을 받으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잠수함 투수 신재영(29·넥센 히어로즈)은 올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9경기에 등판한 신재영은 2승 4패 평균자책점 7.56으로 한창 좋았을 때 구위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신재영이 고전하는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연약한 손가락이다.
야구공을 손끝으로 거치게 잡아채야만 하는 투수에게 손가락 물집은 직업병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신재영은 물집이 너무 쉽게, 그리고 자주 잡힌다.
상승세를 탈만 하면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기 일쑤고, 경기 중 터지기라도 하면 회복에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려 아쉬움을 삼키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한다.
신재영은 16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좋은 리듬으로 호투를 이어가다가 일찌감치 마운드를 떠났다.
그는 KIA 타선을 5회까지 5안타 1실점으로 묶었다. 투구 수도 71개로 7회까지 충분히 던질 만했다.
그러나 넥센은 7-1로 앞선 6회부터 갑자기 불펜을 가동했다. 6회 김성민이 3점, 7회 오주원이 3점을 내주면서 7-7 동점이 돼 신재영의 승리도 날아갔다.
이번에도 물집이 말썽이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신재영이 5회가 끝난 뒤 손가락에 작게 물집이 잡혔다"며 "더 큰 부상을 예방하려고 교체했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신재영은 "어제는 아쉽긴 했지만, 팀이 이겼으니까 괜찮다"고 말한 뒤 "손가락만 괜찮다면 투구 수는 상관없다. 캠프 때는 100개 이상 투구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어깨가 뻐근한 것도, 팔꿈치가 찌르듯이 아픈 것도 아닌데 마운드를 내려가야 하는 선수의 마음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투수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땀이다.
땀 때문에 손이 축축해진 상태에서 로진을 만지면 갑자기 건조해진다. 이 과정에서 살갗이 갈라지게 되고, 강한 힘으로 공을 반복해서 던지면 물집이 생긴다.
신재영은 다한증을 치료하기 위한 전기 치료기를 사들여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시즌이 끝난 뒤에는 땀샘을 막는 수술을 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는 "전기 치료기를 하고 나니까 땀이 덜 나긴 한다"며 "어제는 비 때문에 구장 습도가 높았다. 그래서 살짝 물집이 생겼다"고 말했다.
손가락 물집으로 고생하는 투수는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고 민간요법에 기댄다.
가장 널리 퍼진 방법은 소변 요법이다.
최근 미국 언론에서는 리치 힐(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제임슨 타이언(피츠버그 파이리츠)이 치료 목적으로 소변을 손에 묻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간요법이라 치료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본인 소변을 이용하는 선수, 다른 선수의 소변을 빌리는 선수, 소변을 따뜻하게 데워서 쓰는 선수까지 있다.
신재영은 "남에 걸로는 도저히 못 하겠다"며 "처음에는 찝찝했는데, 최근에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물집이 생긴 뒤 손가락이 아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공개했다.
이어 "(에스밀) 로저스나 제이크 (브리검) 모두 소변을 써 보라고 권한다"면서 "(민간요법은) 소변과 피클 국물만 해봤다"고 덧붙였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고작 물집일지 몰라도, 야구선수에게는 말하기 힘든 고통이다.
신재영은 "관리를 하긴 하는데 참 어렵다"며 "규정 때문에 손가락 끝에 (단단한 것을) 바를 수도 없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