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마주 앉기 쉽지 않을 것"…판문점 선언 이행 차질 빚나

입력 2018-05-18 09:50   수정 2018-05-18 09:55

北 "마주 앉기 쉽지 않을 것"…판문점 선언 이행 차질 빚나

6·15 공동행사 및 5월 중 장성급회담 개최 미지수
북미회담 前 고위급회담 불투명…北, 南비난수위 높이며 형식은 낮춰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 일방 연기에 대한 남한 정부의 유감 표명에 거친 어조로 반박하면서 6·15공동행사 등 '판문점 선언'의 이행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북고위급회담의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철면피', '파렴치', '무지무능한 집단' 등의 격한 표현을 동원하며 북측의 고위급회담 연기에 대한 정부의 유감 표명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거듭 문제 삼고 있는 맥스선더 한미연합공중훈련이 25일 끝나면 남북의 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하지만 북측이 미국과의 비핵화 담판에 집중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고 한국에 중재역할을 압박하는 차원이라면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 전에 남북이 마주 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당장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6·15남북공동행사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남북 정상은 지난달 27일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서 6·15를 비롯해 남과 북에 다 같이 의의가 있는 날들을 계기로 당국과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동행사의 시점과 장소, 규모 등을 검토해왔다. 조만간 민간단체를 아우르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프로그램도 협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리선권 위원장의 전날 입장 표명으로 남북고위급회담 시점이 한층 불투명해지면서 6·15공동행사 준비를 위한 북측과의 협의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18일 "6·15공동행사 준비를 그대로 해나가면서 판문점 연락채널 등을 통해 북측과 협의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에 개최 시점을 '5월 중'으로 못 박은 장성급회담이 때맞춰 열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8·15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도 상봉자 선정 등 1∼2달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6월 초까지는 열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지만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밖에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개성지역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8월 아시안게임 공동 진출,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 등에 합의한 상태지만 시급을 다투는 문제는 아니어서 당장 이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이 올해 들어서는 이례적으로 거친 표현을 사용해 남측을 비난하면서도 기관 차원의 성명이나 담화 대신 리선권 위원장의 조선중앙통신 문답 형식을 택한 점으로 미뤄 볼 때 남북관계를 크게 흔들지는 않겠다는 뜻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리선권 위원장이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은 북미정상회담까지는 고위급회담을 재개할 생각이 없다는 간접 메시지일 수 있다"면서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을 쓴 것은 경고는 세게 하되 형식은 낮춰 판을 깰 생각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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