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미·대남정책에 변화 없다는 방증"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 위원장이 17일 남북고위급회담 중단에 대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가진 문답이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 대내용 매체에는 일절 보도되지 않아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오후 8시 24분 최근 남북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책임과 관련한 자사 기자와 리선권 위원장의 문답 내용을 처음 보도했다.
리 위원장은 중앙통신 기자의 관련 질문에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차후 북남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북한의 대외용 라디오 매체 평양방송은 같은 날 오후 10시 20분 조선중앙통신 보도와 같은 내용을 내보냈다.
그러나 리 위원장의 문답은 전날 두 매체를 통해 각각 한 차례 보도됐을 뿐, 북한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노동신문에서는 일절 다루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은 대외용 매체로, 북한 주민들이 직접 볼 수 없다.
앞서 미국의 핵 협상 방식에 반발하며 북미정상회담을 재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도 조선중앙통신에만 보도됐다.
통상 북한의 주요 기관에 소속된 인물의 담화나 문답은 대외용 매체는 물론 대내용 매체를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보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현 단계에서 대미·대남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하나의 방증"이라고 18일 분석했다.
북한이 김계관 담화와 리선권 문답을 대외용 매체에만 내보낸 것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핵 문제 등에 관해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으며, 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남북관계도 잠시 쉬어가겠다는 전략·전술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양 교수는 "북미, 남북 사이에 물밑 접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일시적으로 움츠러들지는 몰라도 관계 개선이라는 북한의 큰 원칙과 정책에는 현 단계에서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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