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에 국내 고용은 금융위기 수준…물가도 목표미달
6월 미 금리 올리면 역전 폭 확대…연말 가까울수록 압박 커질 듯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한국 경제 안팎으로 걱정거리가 많은 가운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일단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4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한다.
20일 금융시장에서는 한은 금통위가 금리를 현재와 같은 연 1.50%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소수의견 등장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엔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기엔 국내외 사정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이다.
◇ 한은 총재 '경제 낙관 어려워' 메시지
이주열 한은 총재는 17일 임지원 금통위원 취임식에서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아서 앞으로 경제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통위 직전 통화정책과 관련된 발언을 하지 않는 묵언기간인데도 메시지를 던졌다.
이 총재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일부 취약신흥국 금융불안이 어떻게 진행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고용상황이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 신흥국 위기에 국내는 고용 부진
최근 국제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7년 만에 최고치를,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80달러를 각각 찍었다.
범퍼가 든든하지 않은 신흥국은 미 금리인상에 따른 차입비용 상승과 달러화 강세, 자본유입 속도 둔화 등에 휘청일 수 있다.
안으로 눈을 돌리면 고용 사정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3개월째 10만명대에 머물렀다.
제조업에서는 구조조정 여파로 11개월 만에 취업자가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숙박·음식업은 11개월 연속 취업자가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아직 눈에 띄게 늘지 않는다.
물가 상승률은 1.6%로 올라갔지만 한은 목표 2.0%에는 한참 미달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금리동결을 전망하면서 원화강세와 고용부진이 물가상승 압력을 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는 큰 호재이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 한미 금리역전 폭 확대되는데…추가 금리인상은 언제
한은 금리인상 예상 시기는 늦춰진다.
골드만삭스는 7월 금리인상 전망을 폐기하고 다음 시기를 10월로 예상했다. 예상 횟수도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SG는 아예 올해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7월을 넘기면 남은 기회는 8월, 10월, 11월이다.
여건은 우호적이지 않지만 금리인상 압박 요인은 작지 않다. 자칫하면 등 떠밀려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미 금리역전이 가장 큰 부담이다. 6월 미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므로 이달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 금리차는 0.5%포인트(p)로 벌어진다. 연말에는 1%p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금융불안 '뇌관'인 가계부채도 증가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 주택담보대출을 누르자 풍선효과로 대신 신용대출 등이 늘어나는 모양이다.
이 총재도 "올릴 때는 올려야 한다"며 불씨를 살려두려는 모습이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물가와 경기 모두 당장 좋아질 것 같진 않다"며 "다만, 미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우리도 어느 정도 쫓아가야 한다는 판단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