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침체 속 흥행 여부 주목…우익 논란 등 다수 암초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연이은 부진 속에 '한일 합작'으로 승부수를 띄운 엠넷 '프로듀스48'이 '프로듀스' 시리즈의 흥행을 이을지 주목된다.
한일 양국에서 데뷔할 걸그룹 멤버들을 뽑는 과정을 담을 '프로듀스48'은 오는 6월 15일 첫 방송 예정이지만, 시작 전부터 이미 가요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 한일 합작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의 탄생
'프로듀스48'은 시청자 투표로 아이돌 데뷔 조를 선발하는 기존 '프로듀스 101' 방식과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콘셉트로 전용 극장에서 상시 공연하는 일본 AKB48 시스템을 결합했다.
AKB48 멤버를 포함해 한국과 일본에서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기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총 96명 걸그룹 연습생이 4개월간 여정을 거쳐 국민 프로듀서들이 선택한 최초의 한일 걸그룹이 된다.
아직 최종 데뷔 그룹에 몇 명이 포함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엠넷 관계자는 "이전 '프로듀스 101'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표 방식과 한일 양국 동시 생방송 방식도 아직 미공개다.
데뷔 조에 한국 연습생이 더 많이 뽑히거나 반대로 일본 연습생 비중이 높은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데뷔 그룹은 2년 6개월 동안 한일 양국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승기가 진행하고 트레이너 군단으로는 FT아일랜드 보컬 이홍기, 그룹 씨스타 출신 가수 소유, 래퍼 치타, 안무가 배윤정과 최영준, 메이제이 리 등이 나선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한국 센터는 애프터스쿨 이가은, 일본 센터는 미야와키 사쿠라로 밝혀졌다.
이 밖에도 '아이돌 학교' 출신 장규리, 배은영, 이시안, 조유리와 최현석의 딸 최연수가 연습생으로 포함됐다.
◇ 과열된 '프로듀스101' 시즌2 이후 침체한 오디션
이미 시청자들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이 높아져 실패작이 잇달아 나오는 상황에서 한일 합작 시스템을 내세운 '프로듀스48'이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작 '프로듀스101'은 하나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시즌2 시청률은 매회 상승했고 화제성도 막강했다. 연습생들은 기성 아이돌 급 대우를 받았고 팬들의 모금으로 버스와 지하철 광고 등에 등장하기도 했다.
'프로듀스 101'이 인기를 끌자 다른 방송사들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KBS 2TV '더유닛'은 한 번 데뷔한 아이돌을 '리부트' 해주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오디션 특유의 '악마의 편집'이 없고 일관성 없는 평가 기준 등으로 인해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전혀 돋보이지 못했다.
'프로듀스101' 시리즈를 탄생시킨 한동철 PD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손잡은 JTBC '믹스나인'은 시청률은 잃고 논란에만 휩싸였다.
남자 9인조 팀과 여자 9인조 팀이 성별 대결을 통해 한 팀만 데뷔하는 '믹스나인'은 양 대표가 각 기획사를 찾아가 예선을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양 대표의 지나친 막말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 참가자에게는 나이가 많다고 지적하고 짧은 치마를 입고 춤추는 참가자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을 하기도 해 '갑질'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더유닛'은 9인조 남성그룹 '유앤비', 9인조 여성그룹 '유닛티'를 탄생시켰지만 '믹스나인'은 우승팀도 데뷔시키지 못해 더 큰 비판을 받았다.
◇ 첫 타이틀곡부터 큰 관심…AKB48 우익 등 각종 논란도
여러 우려에도 반응은 벌써 폭발적이다.
'프로듀스48' 단체 곡인 '내꺼야'(PICK ME)는 공개된 지 8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440만을 돌파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반응과 논란도 뜨겁다.
'안무가 단순하다', '노래가 좋다'는 평가부터 '한국 시청자가 일본 출신 연습생에게 투표하고 일본 시청자가 한국 출신 연습생에게 투표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까지 돈다.
이 중에는 AKB48이 우익이라는 논란도 있다.
AKB48이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공연하거나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전쟁을 미화하는 연출의 공연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졌고 일부 네티즌은 "'프로듀스48'을 시청하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프로듀스48'은 흥행을 위한 요건을 갖췄지만, 그 그림자도 만만치 않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고질병인 참가자들의 인성 논란에서 언제나 벗어나 있지 않은데, 가뜩이나 아직 AKB48 우익 논란에 대한 해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불씨는 살아있다.
여성팬들을 어떻게 사로잡을지도 관건이다
'프로듀스101' 시즌2의 흥행은 보이밴드를 뽑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소비능력을 갖춘 여성팬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걸그룹을 데뷔시키는 과정에서 여성팬을 어떻게 사로잡을지가 프로그램의 남겨진 숙제다. 제작진 측은 사전 노출을 최소화하고 본방송에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하려 한다.
엠넷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서 노력하는 과정이나 성장하는 과정이 잘 보이면 남녀 상관없이 응원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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