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포퓰리즘 연정, 국정 운영안 타결…EU와 충돌 불가피할 듯(종합2보)

입력 2018-05-19 01:41  

伊포퓰리즘 연정, 국정 운영안 타결…EU와 충돌 불가피할 듯(종합2보)
유로화 탈퇴 조항은 빠져…총리 후보 인선 막바지 조율
이번 주말까지 당원 투표로 추인 완료…오는 21일 대통령에 승인 요청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의 두 포퓰리즘 정당이 18일(현지시간) 공동 정부의 국정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을 최종 마무리하고, 타결안을 공개했다.
연정협상을 이끌어 온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오늘 우리는 '변혁의 정부를 위한 계약'을 완결지었다"며 "(총선 후)치열한 70일을 보낸 뒤 마침내 선거 유세에서 약속한 것들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 4일 치러진 총선에서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심판 분위기 속에 32%가 넘는 표를 얻어 창당 9년 만에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약진한 오성운동은 극우 정당 동맹과 지난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연정 협상을 벌여왔다.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이끄는 극우정당 동맹은 3월 총선에서 반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17%를 웃도는 득표율로 우파 정당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두 정당의 국정운영 계획에는 예상대로 대규모 재정 지출, 유럽연합(EU)과의 주요 협정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공약이 담겨 이탈리아 새 정부 출범 시 EU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초안에 포함돼 시장의 우려가 집중됐던 유로화 탈퇴, 막대한 국가 채무 탕감 등 EU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공약은 최종 타결안에서는 빠졌다.
두 정당이 합의한 국정운영안은 저소득층이나 구직 활동 중인 실업자에게 1인당 최대 780 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 소득 수준에 따라 15% 또는 20%의 단일 세율 채택과 함께 2011년 도입된 연금 개혁안을 폐지함으로써 연금 수령 연령을 다시 하향하는 방안 등 막대한 재정 지출이 동반되는 계획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만 현실화되더라도 연간 1천억 유로(약 127조원) 이상이 소요돼 가뜩이나 국가부채가 많은 이탈리아의 재정에 큰 구멍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공공 부문의 예산 낭비를 줄이고,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국정운영안에서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새 정부가 방만한 국가 예산 운용으로 8년 전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 이날 금융 시장은 다시 요동쳤다.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1.48% 급락한 채 마감했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시 전임 정부가 결정한 구조 조정 작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세계 최고(最古)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의 주가는 장중 5% 넘게 빠졌다.
시장의 투자 심리의 척도로 인식되는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 스프레드(금리차)도 작년 10월 이래 최고치인 165bp까지 치솟았다.
두 정당의 국영 운영안에는 이밖에 긴축을 압박하는 EU와의 재정협약 재협상,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 유럽에 처음 도착한 곳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도록 규정한 더블린 조약 개정,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와 프랑스 남부 리옹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재논의 등 EU의 입장과 상충되는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아울러, 전 정부가 도입한 백신 의무접종 완화, 전체 불법 난민의 구금 또는 송환, 범죄에 맞선 정당방위 적법화, 경제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공사업 확대 등의 계획도 담겼다.
새 정부의 총리 후보가 누구인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디 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는 총리 후보 인선을 놓고 막바지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디 마이오 대표, 살비니 대표가 아닌 제3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이날 공개된 연정 최종 협상안을 당원들의 투표에 부쳐 추인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
오성운동은 이날 오후 8시까지 당의 주요 의사 결정 플랫폼인 인터넷 사이트 '루소'를 통해 당원들에게 동맹과의 연정 협상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다. 동맹은 이번 주말 동안 이탈리아 곳곳의 공공 장소에 약 1천 개의 투표소를 설치해, 지지자들의 의사를 수렴할 계획이다.
디 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는 무난히 당원 투표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종 협상안을 들고 오는 21일 총리 임명에 대한 최종 권한을 지닌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두 정당의 정부 구성을 승인하면, 이탈리아는 약 11주 간의 무정부 상태에 마침표를 찍고 이르면 내주 안으로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를 출범시킴으로써 이제까지 걸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역사에 진입하게 된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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