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이웃 사망해도 '깜깜'…복지 사각지대 공동주택 더 심각

입력 2018-05-2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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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이웃 사망해도 '깜깜'…복지 사각지대 공동주택 더 심각
단전·단수 단독주택 2개월마다 확인…공동주택은 당국이 실태 파악 못 해
관리사무소 개인정보 내세워 체납 가정 지자체 통보 난색…"신고 의무화해야"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지난달 초 발생한 충북 증평 모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기존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통해서도 걸러지지 않는 고위험 위기 가구의 존재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증평 모녀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는 일반주택과 달리 단전·단수 등 이상 징후가 있어도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권 밖에 있어 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자체 실태조사 결과 공동주택 내 고위험 위기 가구가 적지 않음이 확인되면서 관리시스템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4주간 도내 공동주택 1천194단지 32만6천372가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관리비 3개월 이상 체납가구가 5천474가구(1.7%)로 나타났다.
또 가정양육수당 수급가구 1만7천485가구 중 아동양육을 위해 소득활동을 하지 못하는 한부모 가구는 979가구(5.6%)로 파악됐다.
1차로 걸러진 이들 가구를 대상으로 직접 확인조사를 해보니 단순체납 또는 조부모 동거 가구 등을 제외한 실제 고위험 위기 가구는 83가구(관리비 체납 50가구, 한부모 33가구)로 확인됐다.
충북도는 이들 고위험 위기 가구에 기초생활보장, 긴급복지 지원, 민간후원금 연계, 협의체 긴급구호비 신청 등의 조처를 했다.
일반주택이 아닌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위기 가구 실태조사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4년 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 발생 이후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를 조사하기 위해 2개월에 한 번씩 단전·단수, 국민건강보험료(월 5만원 이하) 체납 등을 확인해 각 지자체에 명단을 통보하고 있다.
하지만 공동주택은 수도나 전기요금이 전체 관리비에 포함돼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지자체에서도 관리사무소의 자발적 협조 없이는 이를 확인하기 어려워 강화된 복지 사각지대 관리시스템도 무용지물이었다.
증평 모녀 역시 수도와 전기요금을 상당 기간 체납했지만 실제 단전·단수로 이어지지 않아 지자체에서는 이상징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일반주택은 수도·전기요금을 체납하면 바로 확인이 되지만 공동주택은 관리사무소에서 관리비로 거둬들여 단지 전체 요금을 일괄 납부하기 때문에 체납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공동주택 규약에 따라 체납금을 입주 당시 예치금으로 우선 충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외부에서는 체납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임대료 체납정보 제공기관을 확대하고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의 관리비 체납정보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충북도는 이번에 실시한 공동주택관리비 체납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있다.
민간 영역이다 보니 관리사무소의 협조 없이는 정확한 실태조사가 불가능하다.
관리사무소 측 역시 입주민의 개인 정보에 해당해 지자체라 하더라도 체납 정보를 제공하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충북도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ㆍ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이 정한 지원대상자 발견 시 신고의무자 범주에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 건의를 준비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신고 의무자는 관련 정보를 지자체에 적극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되므로 법령 개정이 이뤄지면 공동주택관리비 체납가구 실태조사를 더 꼼꼼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 입장차가 있어 법령 개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은 현 시스템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고위험 위기 가구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회 구성원 모두도 관심을 두고 적극 협조해 달라"고 덧붙였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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