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최고대표 "팔레스타인, 독기 가득한 슬럼가에 갇힌 상황"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18일(현지시간) 특별 회의를 열고 가자지구 보안장벽을 따라 벌어진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시위대 유혈진압 사태를 조사할 독립 조사위원회를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신해 파키스탄은 3월 30일 가자지구 보안장벽 근처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시위대 강경 진압이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지 조사할 독립 조사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주민 2만여 명은 1976년 3월 30일 이스라엘의 영토 점거에 항의하던 6명이 이스라엘군의 진압으로 숨진 날을 기념하는 '땅의 날'(Land Day)을 맞아 가자지구 보안장벽 근처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대를 향해 이스라엘군이 실탄을 쏘면서 14명이 숨졌고 1천여 명이 부상했다.
미국이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서 텔아비브에 있던 대사관을 이전한 이달 14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스라엘군의 강경 진압으로 60여 명이 숨지고 2천700여 명이 다쳤다.
결의안은 3월 30일 벌어진 유혈 사태가 군의 강경 진압이라는 맥락 속에서 국제 인권법에 위배되고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할 독립 조사위원회를 파견할 것을 이사회에 촉구했다.
아랍국가들과 함께 중국과 프랑스, 브라질, 스웨덴, 스위스도 결의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대표는 회의 모두 발언에서 "지난 한주 일어난 끔찍한 사건들 때문에 누구도 더는 안전하지 않게 됐다"며 "가자 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인간 존엄성을 훼손당하면서 독기 가득한 슬럼가에 갇혀 지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은 결의안 논의 과정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며 인권이사회가 편파적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의안은 이날 오후 늦게 표결이나 합의 방식으로 채택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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