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 결정이 분수령 될 듯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윤보람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의 잇단 '반대' 권고를 내놓으면서 현대차그룹이 궁지에 몰렸다.
시장 일각에선 분할·합병 성사가 이미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으로선 최후의 보루라 할 현대모비스[012330]의 2대 주주 국민연금이 다음 주 중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주주 설득을 위해 추가적인 '회심의 카드'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 결정에 쏠린 시장의 눈
20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현대모비스[250060]의 분할·합병안에 대해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일제히 '반대'를 권고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모두 반대한 것은 물론, 국내에서도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일제히 반대 의견을 냈다.
그나마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지지 의견을 밝힌 것이 현대차그룹으로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 세계 의결권 자문시장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ISS의 반대 권고가 결정적이었다. 현대모비스 주주의 절반가량(48.6%)이 외국인 주주들인데, ISS의 권고는 이들에게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모비스 지분 9.8%를 쥔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터가 됐다. 국민연금마저 반대로 돌아선다면 모비스의 분할·합병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과 자문 계약을 맺은 기업지배구조원도 반대 의견을 냈다.
다만 국민연금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찬반 결정을 맡기기로 했다. 단순히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좀 더 독자적으로 판단해볼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의결권전문위는 23∼25일 사이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의 결정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명운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모비스 분할·합병안의 통과 가능성에 대해 "결과는 예상할 수 없지만 현대차그룹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고 이사는 "국내외 장기 투자한 기관이나 진성 주주는 현대차그룹의 진정성을 알아주는 쪽이 있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결국 국민연금이 반대한다면 이런 찬성표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자산운용사가 자문사의 권고를 안 따르는 사례가 나온 만큼 이런 움직임을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며 "자문사 권고를 따르지 않고 찬성했다가 부결되면 타격받는다는 부담을 얼마나 떨쳐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분할·합병안 통과 위한 '회심의 카드' 나올까
위기에 몰린 현대차그룹이 분할·합병 성사를 위한 '플랜B' 또는 추가적인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모비스의 주주들에게 분명한 주주 환원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가결을 낙관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추가적인 주주 환원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커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부결될 경우 경영진의 부담이 매우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고태봉 이사는 "배당과 같은 추가적인 주주친화정책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정의선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지배구조 개편의 정당성과 시급성을 어필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개편안이 최종부결된다면 정 부회장이 입게 될 타격이 상당하므로 그룹 차원에서 이런 방법을 쉽게 택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일 연구원도 "이미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을 했기 때문에 추가로 할 수 있는 주주환원정책은 특별배당이 남았지만 자금 여력이 없어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회사 내부에서만 알고 있거나 구상했던 미래 사업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해 주주들에게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배구조 개편안 부결 이후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결국 새로운 개편안을 마련해 주주들의 동의를 받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강성진 연구원은 "경영권 승계를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의 주가가 낮은 현시점이 지배구조 변경의 적기"라며 "향후 나올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은 주주들을 충분히 만족시키면서 주주총회의 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 연구원은 "다만 지주사 체제로의 이행을 회피하고 현대글로비스[086280]를 활용하는 방침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고태봉 이사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연말까지 다시 실사를 벌여 새로운 안을 내놓기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주주 설득을 위한 추가적인 방안 등이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다만 만약 추가 방안이 나온다면 시기는 다음 주 중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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