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배격 알사드르 정파 총선승리…연정 구성 시나리오 분분
알사드르, 미국·이란 개입 모두 반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2일(현지시간) 실시된 이라크 총선 개표 결과 이란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파와 친이란 정파가 근소한 차이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전혀 다른 성향의 정파가 많은 의석을 차지한 데다 압도적으로 표를 얻은 정파가 없어 의원내각제인 이라크의 정국이 한동안 혼돈을 겪을 전망이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무크다타 알사드르가 이끄는 '행군자 동맹'(알사이룬)이 54석(총 329석)을 차지해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알사드르는 강경 시아파 성직자로 외세 개입을 배격하는 민족주의자로 분류된다. 2003년 이라크를 공습한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정권을 퇴출한 뒤 미국의 통치와 미군 주둔을 반대하면서 격렬하게 무장투쟁을 벌였다.
이라크의 대표적인 시아파 지도자이지만 지난 3년여간 이슬람국가(IS) 사태를 계기로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란의 개입을 반대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수석보좌관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는 2월 그를 겨냥해 "진보주의자와 공산주의자가 이라크를 통치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을 만큼 이란과도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공산주의 정파, 종교적 세속주의 세력과 연합해 후보를 냈다. 외세 개입 반대와 부패하고 민생고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알사드르는 이란과 껄끄러운 관계를 개선하기는커녕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전격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면담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알사드르의 정파에 이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출신인 '정복 동맹'(타하로프 알파티)이 47석으로 2위를 차지했다.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는 IS 격퇴전에서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가 직접 지원했다.
3위는 하이데르 알아바디 현 총리가 이끄는 '승리 동맹'(타하로프 알나스르, 42석)이, 4위는 누리 알말리크 전 총리의 '법치국가동맹'(26석)이 차지했다.
1∼4위 모두 시아파 정파로, 이번 총선에서 수니파 정파는 급격히 퇴조했다.
쿠르드자치지역에서는 쿠르드민주당(KDP)이 지난해 분리·독립 투표 실패를 딛고 25석을 획득했고 제1 야당인 쿠르드애국동맹(PUK)이 18석으로 집계됐다.
시아파 정치인 아야드 알알라위 전총리와 수니파 출신 살림 알주부리 의회 의정이 연합한 세속적 초종파 정파인 '국가 동맹'(알와타니야)가 22석을 기록했다.
이란을 반대하는 정파와 친이란 정파가 엇비슷한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향후 이라크 정국은 정파간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IS 격퇴전 승리를 앞세워 연임을 노린 알아바디 현 총리가 예상외로 부진했으나 연정을 구성하면 연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총선 결과로 이라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과 이란 모두가 바빠졌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를 지휘했다고 할 수 있는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은 지난주 급히 바그다드에 와서 친이란 정치인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렛 맥커크 IS격퇴를 위한 미국 대통령 특사도 알말리키 전 총리, 쿠르드민주당 측을 부지런히 면담하면서 이라크의 안정을 명분으로 사실상 미국에 우호적인 연정 구성을 논의했다.
3,4위 의석을 차지한 알아바디 총리와 알말리키 전총리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한다.
알사드르 세력도 득표 2위인 친이란 정복동맹을 제외하고 쿠르드, 수니파 등 군소 정파를 아우르는 '대통합 빅텐트'를 구성해 정권을 잡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 언론에서 '불같은 성직자'로 부를 만큼 급진적으로 평가되는 알사드르의 총선 승리는 상당히 뜻밖이다.
알사드르 정파는 총선에 꾸준히 참여해 의석을 얻었지만 주류 기성 정치권에서 외면받은 '아웃사이더'였던 탓이다.
그의 최대의석 확보는 외세에 휘둘리는 전쟁,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지친 이라크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 2003년 이후 4번의 총선 가운데 투표율(44.5%)이 가장 낮았지만 정치적 결집력이 높은 알사드르의 지지자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상대적으로 큰 비율을 차지한 측면도 있다.
알사드르는 18일 트위터에 "이번 총선 결과는 개혁의 승리이며 부패의 몰락이다"라고 승리를 자축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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