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청장 "일단 몇 주간 기다릴 것…모든 가능성 열려 있어"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원자력청장은 유럽연합(EU)이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지키지 못하면 20% 농도를 목표로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19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른 편(EU)이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도 약속을 지키겠다"면서 "그렇지 못하면 20% 농도의 우라늄 농축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의 정책은 미국의 핵 합의 탈퇴 이후 전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일단 몇 주간 기다리는 것"이라면서 "대응 방식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이런 입장은 이달 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핵 합의 탈퇴와 대이란 제재 재부과를 선언하기 이전과 비교하면 약간 유보적이다.
미국의 탈퇴 발표 이전 살레히 청장을 비롯해 이란 고위 지도부는 미국이 핵 합의를 위반(대이란 제재 부활)하면 48시간 이내로 20%의 우라늄 농축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했다. 핵 합의에서 이란이 동의한 우라늄 농축 최대치는 3.67%다.
현재 EU가 미국의 제재 부과를 회피하고 이란과 교역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만큼 이란도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의 대이란 제대 부활이 오는 8월 6일 시작되는 만큼 엄밀히 따지면 현재로선 미국이 핵 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핵 합의 탈퇴를 앞두고 제재 재개일이 국방수권법상 대이란 제재 유예 갱신 시한인 5월 12일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예상과 다르게 트럼프 대통령이 8월 6일을 제재 부과 시점으로 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표함으로써 이란이 경고한 20% 농도의 우라늄 농축재개 시점도 늦춰지게 됐다.
예정에 없던 석 달 정도의 기간이 주어진 만큼 미국에 맞서 핵 합의를 지키겠다는 EU의 움직임과 그 결과를 보고 이란도 대응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서는 EU가 거듭 핵 합의를 지키겠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제재에 결국 자신들과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우는 게 사실이다. 이란에 투자한 유럽 주요 기업은 서서히 이란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EU가 핵 합의를 충실히 준수한 이란의 국익을 실질적으로 보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테헤란을 방문한 미구엘 아리아스 카네트 EU 에너지·기후 담당 집행위원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란 친구들에게 이란이 핵합의를 지키는 한 EU는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서 "이란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EU는 이란 경제에 매우 긍정적이었던 교역을 강화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