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브렉시트 논란에 지치고 갈린 英민심 모처럼 환호·감격

입력 2018-05-19 23:28   수정 2018-05-20 00:30

[르포] 브렉시트 논란에 지치고 갈린 英민심 모처럼 환호·감격

영국 전역 교회·펍 등에 인파 모여 결혼식 지켜보며 축제 분위기
영국 정부, 펍 운영시간 새벽 1시까지 연장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그동안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논란에 신물이 났다(fed up). 우리는 뭔가 밝고 즐길만한 일이 필요했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 해리(33)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36)의 결혼식이 열린 19일(현지시간) 오전.
결혼식이 열린 윈저 성에서부터 25km 가량 떨어진 런던 교외에 위치한 세인트 크리스토퍼 교회 앞은 이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오가는 동네 주민들로 붐볐다.
교회 안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고, 커피와 차, 쿠키 등 간단한 다과가 준비돼 있었다.
주민들은 진짜 결혼식 하객처럼 드레스 등을 차려입고 다함께 스크린을 통해 '로열 웨딩'을 지켜봤다.
영국민들이 왜 이번 결혼에 열광하는지를 묻자 다양한 대답이 쏟아졌다.
자신을 줄리아라고 소개한 한 50대 여성은 "결혼식은 늘 즐거운 행사다. 더군다나 왕실 결혼식 아닌가"라며 "우리 모두 너무 흥분된다"고 말했다.
역시 이날 교회를 찾은 60대 남성 러브씨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분열돼 온 영국을 하나로 뭉칠만한 행사가 필요했고, 이번 결혼이 이같은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러브씨는 다만 결혼읖 앞두고 메건의 아버지 토머스 마클이나 이복 형제자매와 관련된 좋지 않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데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인근에 위치한 영국식 선술집인 펍 '더 조지 에벌린(The George Evelyn)'도 아침부터 결혼식을 함께 지켜보기 위한 동네 주민들로 북적였다.
펍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은 "그동안 마클이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을지, 어떤 결혼반지를 낄지 등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했다"면서 "심플하면서도 고전적인 드레스를 입은 마클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이곳 뿐만이 아니라 런던에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까지 영국 전역은 이날 거리 곳곳과 펍 등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특히 이날 결혼식이 열린 윈저는 물론 런던 역시 영국의 전형적인 음울한 날씨와 정반대로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를 보이면서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영국 BBC 방송 진행자는 "방송을 지켜보는 전 세계인들에게 영국의 맑은 날씨를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결혼식이 열린 윈저 성 내에 일반 국민 2천600명이 초대돼 해리 왕자 커플을 가까이서 지켜봤고, 커플이 신혼살림을 꾸릴 런던 켄싱턴 궁 공원에는 1천500여명의 일반국민들이 모여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면서 대형 스크린으로 결혼식을 지켜봤다.



피카딜리 서커스 등 런던 시내 곳곳에는 수주 전부터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걸린 가운데 이날 곳곳의 도로를 통제하고 축제를 벌이는 모습도 연출됐다.
영국 정부는 이날 국가적인 축제를 맞아 펍의 운영시간을 새벽 1시까지로 2시간 연장해주기로 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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