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을 뒤흔든 '로린 힐'…재즈팬도 홀린 힙합 여왕

입력 2018-05-19 23:36  

봄밤을 뒤흔든 '로린 힐'…재즈팬도 홀린 힙합 여왕
제12회 서울재즈페스티벌 개막
마세오 파커·크루앙빈·루시드폴 등 풍성한 라인업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오래도 기다렸다. 정상의 네오 솔 디바 로린 힐(Lauryn Hill·43)을 직접 보려 2만여 재즈 팬들이 따가운 한낮의 햇볕을 기꺼이 쬐었다.
19일 오후 9시, 로린 힐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제12회 서울재즈페스티벌 2018'의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진)로 무대에 올랐다. 전날까지 내리던 비는 거짓말처럼 그쳤다. 돗자리에 누워 밤공기를 즐기던 관객들은 그녀의 등장에 환호하며 몸을 일으켰다. 코미디언 유병재, 가수 장기하 등도 축제를 찾았다.
힐은 미국 힙합그룹 푸지스(Fugees)의 멤버로 데뷔해 1999년 솔로앨범 '로린 힐의 미스에듀케이션'으로 대히트를 기록, 그래미 5개 부문을 휩쓴 힙합의 여왕이다. 윤미래, 제시 등 국내 뮤지션도 그를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꼽아왔다. 내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렬한 핫핑크 립스틱, 세모난 선글라스,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망토 차림으로 등장한 힐은 '에브리싱 이즈 에브리싱'(Everything is Everything)으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브라스 밴드의 풍성한 사운드도 힐의 목소리를 가리진 못했다. 그는 '파이널 아워'(Final Hour), '푸지 라'(Fugee La),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스 오프 오브 유'(Can't take my eyes off of you),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스 송'(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등 1시간 동안 10여 곡을 연달아 선사했다. 화려한 래핑, 듣는 이의 호흡마저 쥐락펴락하는 무대 장악력, 성가대를 연상시키는 코러스에 잔디밭에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축제는 재즈 라인업도 탄탄했다. 미국 트럼펫의 거장 마세오 파커와 크리스 보티는 물론 재능 있는 싱어송라이터 강이채가 이끄는 디어재즈오케스트라의 무대는 깊은 감동을 줬다. 노을 질 무렵 88호수를 배경으로 수변무대에 오른 루시드폴은 황호규(베이스), 조윤성(피아노)과 트리오를 꾸렸다.
또 JTBC '효리네 민박'에 등장해 한국에 이름을 알린 미국 텍사스 출신의 그룹 크루앙빈(Khruangbin)도 갈채를 받았다. 태국어로 '비행기'라는 뜻의 팀명답게 동양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몽환적인 사운드는 그야말로 '힙'(hip)했다. 처음 내한한 이들은 공연 말미에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다음을 기약했다.




재즈 뮤지션들의 풍성한 무대와 함께 이날 헤드라이너로 힙합 뮤지션인 힐을 세우고 에픽하이, 크러쉬, 이하이, 곽진언 등 친근한 가수들을 섭외한 건, 혹시 재즈가 낯설 수 있는 관객에게 음악으로 차린 균형 잡힌 밥상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축제는 20일까지 이어진다. 제시 제이, 브랜포드 마살리스 쿼텟, 아투로 산도발, 혁오, 켈라니 등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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