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보수 문제 심각" 잇단 증언…과적 적발되고 레이더서 사라진 적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쿠바에서 추락한 전세기를 소유한 멕시코 항공사는 과거에도 과적은 물론 유지보수 등 안전문제로 수차례 말썽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추락 항공기를 보유한 멕시코 다모(글로벌 에어) 항공사에서 일했던 전직 조종사들은 다모의 항공기 유지·보수 관행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증언을 잇달아 제기했다고 멕시코 일간 엘 우니베르살과 밀레니오 등 현지언론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마르코 아우렐리오 에르난데스 조종사는 "다모에서 일하던 당시에 엔진 과열, 과적, 조종사 과로, 비행기 날개 부식, 부품 부족, 레이더 고장 등을 지켜봤다"고 폭로했다. 에르난데스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다모에서 조종사로 일했다.
사고 여객기를 수차례 운항한 경험이 있는 그는 심지어 "문제가 많았던 다모가 항공 당국에 뇌물을 건네 계속 운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쿠바 국영 항공사인 '쿠바나 데 아비아시온'과 전세기 임대 계약을 한 멕시코 항공사 다모(글로벌 에어) 소속 보잉 737기가 지난 18일 113명을 태우고 수도 아바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들판에 추락, 110명이 사망했다. 생존자 3명은 쿠바 여성으로,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쿠바나 항공은 승무원 등 운영 인력과 정비를 모두 책임지는 일괄 임차 방식을 통해 다모 항공기를 빌려 운영하다가 사고가 났다. 임대 기간은 한 달이 채 못됐다. 사고 항공기는 1979년 제작된 기령 39년의 노후 기종으로, 작년 11월 멕시코에서 정기 점검을 마쳤다.
다모 항공사는 최근 10년간 중대한 안전문제로 두 차례 지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남미 가이아나 항공당국은 이번에 추락한 항공기에 대해 '위험한 수하물 과적'을 이유로 자국 영공진입을 거부한 적이 있다. 심지어 기내 화장실에서 가방이 발견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항공기는 온두라스 저가 항공사인 이지스카이가 일괄 임차 방식으로 다모 항공사로부터 빌려 운항했다.
쿠바 국내외를 오가는 비행기는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 탓에 노후하거나 외국의 저가 전세기가 많아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과적은 물론 잦은 연착과 불친절한 서비스로도 악명이 높다. 수하물이 제때 도착하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쿠바나가 다모 항공으로부터 임차한 여객기가 2010년이나 2011년에 쿠바 중부 도시 산타 클라라 인근 상공에서 불명확한 이유로 레이더에서 잠시 사라지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쿠바나 항공에서 40여 년간 조종사로 일하다가 퇴직한 오비디오 마르티네스 로페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여객기의 기장과 부기장은 사건 이후 심각한 기술적 지식 부족 등을 이유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멕시코 항공 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모의 운영 적정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안전감사를 할 계획이다.
쿠바 당국은 추락 현장에서 사고원인을 밝혀줄 결정적 단서가 담긴 2개의 블랙박스 중 1개를 발견,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발견된 블랙박스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조사 초기인 만큼 추락 원인을 단정하기 힘들지만, 사고기의 엔진이 추락 직전 불길에 휩싸였다는 목격자의 증언으로 미뤄 과적이나 기체 결함 등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한다.
사고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 소속 조사관들도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합류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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