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오늘의 뿌듯한 일. 1년간 기른 머리카락을 잘랐다. 소아암에 걸린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할 거다."
전남 여수 도원초등학교 5학년 안진아양은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아주 특별한 일기를 썼다.
안양은 머리카락을 고이 담아 우체국 등기 편에 한국 백혈병소아암협회로 보냈다.
언니를 따라 머리카락을 기른 동생 제연(도원초 2년)양의 머리카락도 함께 담았다.
안양은 지난해 이맘때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린이가 소아암 환자에게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기부를 결심했다.
어머니의 허락이 필요했다.
"염색이나 파마를 한 번도 하면 안 된다는데 진아는 아직 한 적 없으니 되겠네. 머리카락을 25㎝ 이상 길러야 한다는데, 기를 수 있겠어?"
어머니 주혜미씨는 인터넷에서 기부 조건을 검색하고 안양에게 물었다.
그렇게 기르기 시작한 머리카락은 단발에서 1년간 30㎝로 길어졌다.
머리카락이 무겁고 감고 난 뒤에는 잘 마르지도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불편한 과정이 있어서 기부의 기쁨이 더 컸다고 안양은 말했다.
소중히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 다시 짧은 머리가 됐으니 섭섭할 법도 했지만, 기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시원해서 좋다"고도 했다.
안양 자매는 머리카락을 접수한 협회에서 발급한 모발기부증서를 꺼내보며 흐뭇하게 웃곤 한다.
어머니 주씨는 "가족끼리 추진한 기부 프로젝트가 알려져 민망하다"며 "우리 아이들이 TV 프로그램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듯이 다른 어린이들도 진아, 제연이를 보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바이러스가 전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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