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확장하고 거주민 대거 늘려…남중국해처럼 실질적 점유 노려
'도클람 분쟁' 이어 인도와 국경분쟁 우려 고조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인도와 국경을 맞댄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의 히말라야 인근 지역에서 대대적인 자원개발에 나서 국경분쟁이 우려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은 1962년 인도와의 국경분쟁 지역이었던 시짱 자치구 룽저(隆子) 현에서 최근 들어 본격적인 자원개발에 나섰다.
1959년 티베트에서의 폭동 이후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함으로써 중국과 인도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했고, 결국 1962년 국경분쟁이 터졌다. 이 분쟁은 중국 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중국은 점령했던 대부분의 지역에서 철수했다.
이러한 정치적 민감성과 환경 파괴 우려,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이 지역은 오랜 기간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국경선을 따라 대규모 광산이 속속 만들어지고 매일 수천t의 광물이 트럭에 실려 중국으로 운송된다. 전력과 통신선이 부설됐고, 여객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공항도 건설되고 있다.
이 지역의 성장률은 연 20%에 달하며, 주민들의 수입은 개발이 본격화한 후 세 배로 뛰어올랐다. 3만 명이었던 현 인구는 너무 급격하게 늘어 현 정부가 전체 인구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중국 정부가 지원한 연구 결과 금, 은, 희토류 등 이 지역에 매장된 광물 자원의 가치는 무려 3천700억 위안(약 63조 원)에 달한다. 개발이 진행되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의 광산 기업 중 가장 큰 화위(華鈺)광업의 지난해 매출은 10억 위안(약 1천700억 원)에 이르렀고, 순이익은 전년보다 60%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 지역의 자원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 단순한 경제적 이득을 노린 것이 아니라, 영토 확장이라는 전략적 목표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지역과 국경을 맞댄 인도의 아루나찰 프라데시(남티베트) 지역은 바로 1962년 국경분쟁에서 중국군이 점령했다가 인도에 돌려준 지역이다.
오스트리아 크기의 넓은 땅에 원시림과 비옥한 농토, 풍부한 광물 자원 등을 갖춘 남티베트 지역으로 중국이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룽저 현에 일종의 전진기지를 조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사회과학원의 하오샤오광 연구원은 "중국은 히말라야에 대해 남중국해와 같은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적, 지정학적, 군사적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남티베트 지역이 중국 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도클람 분쟁이 끝난 직후인 지난해 10월 룽저 현의 한 가족에게 서한을 보내 "룽저 현 인민들은 국익을 위한 개발을 하도록 이 지역에 뿌리를 굳건하게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와 부탄이 부탄 영토로 보는 도클람(중국명 둥랑<洞朗>) 지역에서 지난해 6월 16일 중국군이 도로 건설 공사를 진행하자 인도군이 항의했고, 이후 인도군과 중국군 수천 명이 73일간 무장 대치했다.
이러한 중국에 맞서 인도 또한 남티베트 지역을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군 배치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 국경분쟁이 재발할 여지가 다분하다고 SCMP는 경고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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