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수호통상조약 136주년에 북미회담 성공 위한 한미회담 열려…뜻깊은 일"
서양에 설치한 최초 외교공관…일제시대 기능 중단, 113년만에 복원
초대공사 등 공사관 직원 후손 만나 격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서혜림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2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방문해 공관원 후손들과 환담하고 전시실 등 공사관 시설을 둘러봤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1889년 2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서양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으로, 이날 오전 재개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방미 마지막 일정으로 이곳을 찾은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라며 "한미정상회담도 잘 됐고, 이런 날 또 주미공사관이 재개관하여 오게 돼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우리나라로서는 서양 최초로 개설된 공관이며, 19세기 워싱턴에 개설된 여러 공관 중 원형이 보존된 유일한 곳"이라며 "게다가 오늘 (조미수호통상조약) 136년만의 재개관일에 한미정상회담이 있어 더욱 뜻깊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 공사관의 초대 공사인 박정양 선생을 거론하며 "선생이 공사관으로 왔을 때 정말 막막했을 것"이라면서 "당시만 해도 나라의 위세가 기울 때 외교를 통해 힘을 세우려 없는 살림에 큰일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런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겪고 여기까지 온 대단한 민족"이라며 "그 시기 개설한 러시아, 영국, 중국, 일본 등 공관들도 확인해보고 문화재청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얘기들이 제대로 기록으로 남아 알려져야 한다. 우리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나라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페이스북을 통해 "조미수호통상조약은 우리가 자주적으로 체결한 최초의 근대조약이다. 기울어가는 국운을 외교를 통해 지켜보려던 노력이었다"며 "136년이 흐른 바로 그날 한미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열린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곤 "이번에도 곳곳에서 교민들이 뜨겁게 환영해주셨다. 특히 재개관한 주미공사관 앞길에는 많은 교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쏟아지는 폭우를 맞으며 태극기를 들고 긴 시간 기다려주셨다"며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경호 때문에 그 분들은 길을 건너오지 못하고, 저도 건너가지 못한채 최대한 다가가서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고 작별했다"며 "너무 고마워서 코 끝이 찡했다"고 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조선 후기 동북아 구질서를 극복하고 외교적 지평을 열고자 했던 고종의 자주·자강 외교 정신을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공사관은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이 박탈당하자 그 기능이 중단됐고, 1901년 9월 일본이 단돈 5달러에 강제매입한 뒤 미국인에게 10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2012년 문화재청이 350만 달러에 매입해 보수·복원 공사를 거쳐 이날 개관식을 했다.
공사관은 우리나라 근대 외교공관 중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단독건물이자 워싱턴DC에 있는 19세기 외교공관 중 내·외부 원형이 보존된 유일한 건물이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박정양 선생의 손녀 박혜선씨, 공사관 서기관이던 이상재와 장봉환의 증손인 이상구·장한성씨를 만나 격려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공사관 방문은 올해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136주년 및 한미동맹 65주년을 기념해 양국의 역사와 우정을 부각하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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