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분단 상징에서 관광 명소로

입력 2018-06-08 08:01  

[연합이매진] 분단 상징에서 관광 명소로
비무장지대(DMZ)로 떠나는 평화 탐방여행

(파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바람이 분다. 어디로 향해 갈지 모르지만 이전보다 온순해진 바람이 한반도에 불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많은 이들이 그 새로운 바람을 쐬기 위해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접경지 주변으로 찾아들고 있다.



◇ 평화의 명소로 거듭나는 판문점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비무장지대(DMZ) 내의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환한 표정으로 맞이했다. 두 정상은 오후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지구촌 사람들은 이 역사적인 회담에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던 판문점이 평화통일의 초석을 놓는 장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판문점(板門店)은 경기도 파주의 군사분계선 상에 있는 공동경비구역(JSA)을 말한다. 판문점이란 이름은 원래 지명인 '널문리'와 연관이 있다. 판(板)은 '널', 점(店)은 '주막'을 의미한다. 따라서 판문점은 널문리에 있는 주막이란 뜻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9월 유엔군 대표는 중국군 대표가 회담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널문리의 한 주막에 '판문점'이란 간판을 걸어뒀는데 여기에서 판문점이라는 명칭이 유래했다. 동서 800m, 남북 400m 타원 모양인 이곳 정식 명칭은 '유엔군사령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다. 유엔사와 북한군이 공동으로 경비를 하기 때문에 '공동경비구역'(JSA·Joint Security Area)이란 이름이 붙었다.



◇ 임시로 만들었던 회담장들

판문점 군사분계선 상에는 T1·T2·T3라 불리는 하늘색 건물이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에서 남북 병사들이 서로 마주 보고 경비를 서던 바로 그곳이다. 'T'는 '임시'를 뜻하는 영어 단어 'Temporary'의 약자. 이들 건물을 설치할 때 이렇게 오래 사용할 것으로 여기지 않아 '임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T1은 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T2는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T3는 실무장교 회담장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지도자는 폭 5m가량인 T2와 T3 사이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건물들 사이에는 MDL을 뜻하는 폭 50㎝, 높이 5㎝의 콘크리트 연석이 놓여 있다. 회담장 안에서는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의 마이크 줄이 MDL 역할을 한다. 처음 판문점에는 남북의 경계선이 없었지만 1976년 일명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이후 경계선이 생겼다.
회담장 건물을 기준으로 남쪽에는 자유의 집과 평화의집이 있다. 자유의집 맞은편으로 북쪽에는 판문각이, 평화의집 맞은편에는 통일각이 대칭으로 들어서 있다. 군사분계선에서 김 위원장을 맞이한 문 대통령은 자유의집 오른쪽으로 걸어 내려와 판문점 광장으로 향했다. 판문점 광장에서는 분단 이후 최초로 국군 의장대의 사열이 진행됐다. 공식 환영식 이후 두 정상과 양측 수행원은 이곳 광장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자유의집은 4층 건물로 남북 연락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이곳 2층에 올라 자유의 집 뒤쪽으로 이어진 출구를 나가면 회담장 뒤로 판문각을 볼 수 있다.



◇ 남북 정상 동선을 따라가다

자유의집에서 남서쪽으로 130m 떨어진 평화의집은 연건평 약 3천300㎡의 3층 석조 건물로 1989년 준공됐다. 바로 이곳 2층에서 남북정상회담이, 3층에서 만찬이 진행됐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도 이 건물 앞에서 했다. 자유의집 1층에는 기자실과 소회의실, 2층에는 회담장과 남북회담 대표대기실, 3층에는 대회의실과 소회의실이 있다.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평화의집은 중립 지역 성격이 강해 역대 정권에서부터 남북회담 장소로 즐겨 이용한 곳이다. 문재인정부 첫 남북회담이었던 지난 1월 9일 고위급회담, 1월 17일 고위급회담 차관급 실무회담이 이곳에서 열렸다.
평화의 집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북측 통일각은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지난 1월 평창올림픽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실무접촉 등이 진행됐다.
군사분계선 상에 있는 회담장 건물 동쪽에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태어난 소나무가 서 있다. 두 정상이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며 심은 소나무다. 소나무가 서 있는 곳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98년 소 떼를 몰고 방북한 루트인 '소 떼 길'이다.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함께 두 정상의 서명이 새겨져 있다.
소나무 기념식수 장소에서 동쪽으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연출된 도보다리가 있다. 두 정상은 다리 끝에 설치된 의자에 단둘이 마주 보고 앉아 배석자도 없이 30분간 단독회담을 이어갔다. 도보다리 이름은 유엔군사령부가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 부르던 것에서 비롯됐다. 유엔군사령부가 관리하는 시설은 모두 파란색이어서 도보다리도 파란색 페인트로 칠해졌다. 도보다리 인근에서는 MDL을 표시한 높이 1m의 나무말뚝을 찾아볼 수 있다.



◇ 판문점 관광은 어떻게

내국인은 판문점을 개인적으로 관광할 수 없다. 30~45명 단체로 가야 한다. 방문 60일 이전 국가정보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견학 신청을 한 후 방문자 명단, 인솔자 준수사항을 작성해 방문자 개인별 주민등록등본과 함께 등기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투어는 평일 3차례, 토요일 1차례(일·월요일과 법정공휴일 휴무) 진행된다. 판문점 구역에서 안보전시관, 자유의집, 평화의집, 공동경비구역, 회담장, 돌아오지 않는 다리 등을 둘러본 뒤 제3 땅굴, 도라전망대, 도라산역을 방문한다. 외국인은 유엔사가 지정한 여행사 4곳을 통해 방문할 수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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