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파기로 사태 악화 초래 전철 밟지 않아야"
공교롭게도 두 합의 파기 주역이 볼턴 보좌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이란 핵 합의 파기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동맹 간에 전례 없는 균열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리한 핵 합의 파기가 이란을 '제2의 북핵사태'로 이끌 수 있다고 미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핵무기확산방지를 위한 비영리재단인 플라우셰어펀드의 필립 윤 소장과, 톰 콜리나, 캐서린 킬라프 등 3명의 북한 전문가는 19일 국제군사안보전문사이트 내셔널인터레스트 기고를 통해 핵 합의 파기 시 이란이 핵 개발 재개를 공언해온 만큼 이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 등 또 다른 북핵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란 핵 합의를 지난 1994년 제네바에서 타결된 미-북 간 기본합의(Agreed Framework)에 비교하면서 아울러 핵위기 속에 어렵게 마련된 이 합의가 뒤이어 들어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의해 파기됐고 당시 그 실무 주역이 존 볼턴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이었음을 언급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는데도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볼턴 보좌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리비아식 비핵화를 주장하는 등 대북 강경 노선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는 부시 행정부가 역사적인 미-북 간 기본합의를 폐기한 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면 이란 핵 합의 파기에 다른 향후 사태를 유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94년 당시 미-북 간 기본합의 내용은 4쪽에 불과했지만 내용 면에서 159쪽에 달하는 이란 핵 합의와 흡사하다면서 당시 북한은 현재 이란처럼 한 개의 핵무기도 갖지 않은 상태였음을 지적했다.
또 이들 두 합의가 모두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북한과 이란이 핵물질 생산을 동결하는 성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 합의로 약 10년간 국제사찰단을 받아들여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 있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파기하려는 볼턴 등 강경파들이 결국 우라늄 농축이라는 구실을 찾아냈다.
볼턴과 함께 딕 체니 부통령 등 강경파가 포진한 부시 행정부는 이전 클린턴 행정부가 체결한 합의에 부정적이었으며 "우리는 악마와 협상하지 않는다. 그들을 패배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결국 2002년 쌍방의 책임론 속에 핵 합의가 파기되면서 북한의 핵 개발이 본격화, 가속화했다.
이들 전문가는 북한은 합의 당시(1994년) 포기할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으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그동안 추진해온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간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결국 합의 파기로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설득할 가능성과 그 비용이 훨씬 비싸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만약 당시 합의가 파기되지 않고 유지됐다면 과연 북한이 오늘날 어떻게 됐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면서, 현재는 한 개의 핵무기도 갖지 않은 이란을 (핵합의를 파기함으로써) 북한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전문가는 결국 북한과의 핵 합의 파기는 사태 악화를 초래했다면서 이란과의 경우도 위기가 더욱 악화할 수 있으며 핵 합의의 '연쇄살인자'인 볼턴이 자충수를 두고 있는 셈이라고 혹평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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