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부소방서, 40대 여성 소방청장 표창과 하트세이버 시상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내 형편도 여유가 없어서 않아 '내가 나서서 사람 구했다'고 나설 수 없었어요."
길 가다 쓰러진 시민을 심폐소생술로 살린 여성을 소방대원들이 수소문 끝에 찾아 소방청장상과 하트세이버 표창을 전달했다.
지난해 10월 24일 오후 4시 19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마트 뒷골목에 한 여성이 쓰러져있다는 다급한 시민의 신고가 119 상황실에 접수됐다.
신고를 전파받은 두암119안전센터 구급대원들은 신고 접수 2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A(58·여)씨가 장바구니를 옆에 놓은 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호흡과 맥박이 멈춘 채 쓰러져 있는 A씨 위에서는 40∼5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혼신의 힘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다급한 구급대원들이 A씨를 응급처치하며 병원으로 이송하는 사이 이 신원미상의 여성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
부정맥 지병이 있는 A씨는 사건 당일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은 후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다 쓰러졌다.
이후 A씨는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떼고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안정된 후 자신을 구한 시민을 가장 먼저 찾았다.
생명을 살려준 이에게 고마움이라도 표시하고 싶었다.
두암119안전센터 측은 A씨가 쓰러진 초기에 흉부 압박을 시행한 시민의 신속한 대응이 생명을 살린 것으로 보고 이 여성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단서는 이 여성이 이른바 검은색 '땡땡이' 무늬(물방울무늬) 상의를 입었다는 것뿐이었다.
두암119안전센터 대원들을 주변 마트와 상가를 돌며 수소문에 나섰다.
발품 팔아 찾아다니기를 10여일, 주민들은 각자가 보거나 들은 목격담과 입소문을 전했고 꼬리를 무는 소문의 끝에는 시민을 구하고 홀연히 사라진 장 미(45·여)씨가 있었다.
두 자녀를 키우는 가장인 장씨는 생업에 바쁘다 보니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자 곧장 자리를 떴다고 자신을 찾아온 소방대원들에게 말했다.
그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데, 스스로 잘했다고 소문낼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은 행동에 큰 상을 줘 오히려 고맙다"고 덧붙였다.
광주 북부소방서는 장씨를 하트세이버와 소방청장상 대상자로 추천, 지난 21일 직장 동료들의 축하속에 전달받았다.
장씨는 직접 심폐소생술을 배운 적은 없었으나, 평소 방송 등을 통해 심폐소생술 방법을 익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길 광주 북부소방서장은 "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선뜻 도움을 준 한 시민의 행동이 귀중한 생명을 살렸다"며 "심폐소생술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응급처치이므로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지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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